열린우리당의 축이 가운데(중도)로 움직이고 있다. 각종 현안에서 오른쪽으로 한 클릭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확연한 것이다. 이는 사회 일각의 좌파 비난을 불식시키고 ‘중원(中原)’의 지지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한쪽에선 “자칫 전통적 지지세력의 외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어 향후 당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격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당의 ‘우(右) 클릭’ 사례는 상당히 많다.
우선 1일 파병연장안 찬성 당론을 결정한 과정이다. 이날 의총에서 몇몇 의원의 반대토론은 있었지만, 정세균 의장이 “국민적 기대나 당의 어려움을 고려, 신속하고 분명한 당론을 결정하자”고 호소하자 큰 이견 없이 찬성 당론이 채택됐다.
지난해 말 반대파 의원들 때문에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의원 62명이 전원위원회 소집까지 요구하는 진통을 겪은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지도부가 최근 민주노총과 전교조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 것도 마찬가지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8일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전교조에 대해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조직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다음날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은 비정규직법 처리에 반발하는 민주노총을 향해 “매우 비현실적이고 비대중적인 투쟁”이라고 혹평했다. 진보성향 단체에 대한 직설적 비난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사립학교법에 대해 김원기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키로 하고,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대해 분리대응 당론을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칙론에만 매달리지 않고 절충적 대안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정세균 의장이 “과격한 구(舊)좌파와 분명한 금을 긋겠다”고 강조한 전후에 이런 움직임이 이루어졌다. 단발성이 아니라 지도부 내 숙의를 거쳐 나온 선택인 것이다.
그 동안 중도개혁정당을 표방했지만 실제 행동에서 그렇지 못했고 급진좌파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국민에게 정체성이 혼란스럽게 비쳐졌다는 게 지도부의 판단인 셈이다.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우리당이 자꾸 왼쪽으로 축소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탈피해 중도개혁을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중론 역시 적지 않다. 재야파인 우원식 의원은 “전교조나 민주노총 등의 세력은 기본적으로 방향의 정당성이 있고, 우리에게는 동지적 관계인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의원도 “우리당의 중요한 지지기반 세력에게 상처를 가하는 형태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향후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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