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이 경기의 돌풍을 잠시 잠재웠다.
충북은 2일 열린 제51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 닷새째 날 5구간(대전-천안 76km) 레이스에서 3시간55분10초로 맹렬한 추격전을 벌인 경기(3시간55분36초)를 26초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초반 돌풍을 앞세워 종착지인 임진각까지 7개 대구간 전승을 노리던 경기의 발목을 잡은 충북은 여세를 몰아 남은 2개 대구간에서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어 대회 후반 수도권 레이스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충북의 역풍에 주춤거린 경기는 그러나 종합기록에서 19시간39분48초를 기록, 충북(19시간51분38초)에 11분50초를 앞서 18년만의 우승을 가시권에 두었다. 올해 전국체전, 소년체전 등 시도대항 육상경기에서 석권했던 경기는 ‘장거리 레이스의 꽃’인 대역전경주마저 우승,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서울과 경북은 이날 대구간 경쟁과 종합순위에서도 각각 3, 4위에 머물렀다. 대회 내내 꼴찌를 달리던 경남이 이날 대구간 레이스에서 4시간9분3초로, 대구를 6초차로 누르고 7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회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MVP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이날 2소구간(유성-대평리 11.7km)에서 올시즌 중장거리 1인자인 허장규(충북)가 이명승(경기)과의 맞대결에서 35분53초를 기록, 1초차로 앞서며 전날 패전의 빚을 갚았다. 삼성전자 소속인 이명승과 허장규는 이번 대회에서 3차례나 맞붙는 대접전을 펼쳤으며 팀선배인 이명승이 2승1패로 앞서나가고 있다. 5일 연속 레이스에 나서며 불꽃투혼을 발휘한 이봉주(충남)는 마지막 소구간인 천안입성구간에서 31분59초로 1위를 차지, 고향인 천안시민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천안=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 역전스타/ 경기 돌풍 주역 이교직
“대역전경주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어요.”
이명승, 이홍국 등과 함께 경기 돌풍의 주역인 이교직(20ㆍ한양대1)은 부산-서울 대역전경주에 올해 처음 출전한 새내기. 웬만큼 실력 있는 고교생들이 이 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려왔지만 이교직은 고교시절 1,500m정도에서 두각을 나타냈을 뿐 중장거리는 빛을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 유정준 감독도 당초에는 지역대표로 이교직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장거리실력을 눈 여겨본 동료선수의 추천으로 대역전경주대회의 부름을 받게 된 ‘낙하산 선수’다.
하지만 진흙 속에 묻혀있던 진주였다. 이교직은 이날 4소구간(연기-조치원 8.9km) 1위를 차지하는 등 4개 소구간 레이스 중 무려 3개 소구간 1위를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 18년만의 우승을 향한 경기 돌풍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정진황기자
■ 역전스타/ 최경열 대역전경주 심판장
“올해도 대역전경주대회가 임진각에서 멈춰야 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제51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 심판장을 맡은 최경열(47) 한국전력감독은 처음 심판장으로 대역전경주대회를 치르는 감회가 새롭다. 최 심판장이 대역전경주대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춘천농고 1학년 때인 1974년.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국토를 종주해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던 당시를 회상한 최 심판장은 “감독으로, 경기이사로 빠짐없이 대역전경주대회를 참가해 왔지만 후배들의 경기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올해는 더욱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심판장은 백승도, 김재룡 등 80년대 대표적인 마라토너를 길러냈다.
최 심판장은 또 정기선(39) 이봉주(35) 형재영(35) 이의수(34) 등 노장선수들을 열거하면서 “자신을 키워준 대역전경주대회에 대한 사랑과 애향심이 없었다면 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후배들이 최선을 다하는 선배들을 배우는 도장이 대역전경주대회”라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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