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한중일)’정상회의 때마다 열려온 한중일 정상회담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말들이 외교가에 퍼지고 있다. 12∼14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가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3국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때문. 한국과 중국은 고이즈미 총리의 자세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과 중국이 신사참배를 비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뻣뻣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단 정서적으로 만나기가 무척 껄끄러운 분위기다.
한중일이 1999년 이래 아세안+3 정상회의 기간에 별도 정상회담을 개최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상황은 동북아 3국의 심각한 긴장관계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나서서 “회담을 안 하겠다”고 밝히지는 않고 있다. 회담이 무산될 경우 외교적 갈등을 심화했다는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노무현 대통령의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공식 발표했으나 “3국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한국과 중국은 3국 회담을 하고 싶지 않지만 매년 해온 회담을 무조건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순번에 따라 금년에 3국 회담의 의장국이 되는 중국이 키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3국 회담의 개최 여부는 아직까지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한일, 중일 양자회담은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한중 양국이 일본과의 양자회담을 갖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중일 3국이 이번에 과거사 갈등에 대한 접점을 찾지않으면 동북아 3국에 드리워진 외교적 한냉전선은 상당기간 걷히지 않을 것이다.
또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와 아세안 10국 등 16개국 정상들이 14일 말레이시아에서 갖는 ‘제1회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둘러싸고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 정상회의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 매우 적극적으로 임하지만 일본은 미국이 배제된 이 회의를 의구심 섞인 시선으로 보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을 전후해 8~10일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하고, 14~16일에는 필리핀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