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반갑죠. 미국에서 이렇게 다들 모이기가 힘들거든요.”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장정(25), 캐나다 오픈과 오피스디포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미나(24)와 한희원(27), US여자오픈 우승자 김주연(24),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늦깍이 우승한 강수연(29). 올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에서 우승컵을 한차례씩 거머쥔 ‘위너스 클럽’ 멤버 5명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3, 4일 제주에서 열리는 핀크스컵 제6회 한일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을 하루 앞둔 2일 제주KAL호텔 리셉션장에 한복을 차려입고 나선 이들은 20대 중후반의 나이 또래답게 옷매무새 얘기부터 꺼냈다.
“언니(한희원) 옷이 제일 예뻐요.” “아니야 개량 한복(김주연)이 더 멋진 것 같은데…” 이 순간 만큼은 모두 내일 경기를 앞둔 긴장을 잠시 풀고 선수로서가 아닌 여자로 돌아간 시간이다.
“미국에서 같은 무대서 뛰고 있지만 예상과 달리 서로 이렇게 모이기가 쉽지 않아요.” 이들 중 둘째 언니 격인 한희원은 “투어 중에는 연습 때나 경기 날에 잠깐 얼굴을 보는 정도이지 지금처럼 긴 시간을 함께 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옆에 있던 김주연도 “서로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이번 대회에 온 게 너무 좋다”고 거든다.
며칠 전부터 연습 라운드에 임한 이들은 함께 모여 단합대회도 가졌다. 물론 이때는 나머지 선수들까지 모두 13명이 다 모였다. “함께 모여 회의도 하고 끝난 후에는 분식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어요. 노래방도 잠깐 들러 스트레스도 풀고요.” 장정은 “떡볶이와 순대, 튀김이 너무 맛있었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누가 노래를 제일 잘하느냐는 질문에는 한결같이 ‘다 잘한다’는 대답 뿐. 계속 다그치자 “수연 언니가 제일 잘 한다”고 맏언니 대접을 해준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골프 얘기는 절대 안해요. 불문율도 아닌데 그렇게 돼요.” 애교가 철철 넘치는 장정은 “그 나이 또래의 결혼이나 쇼핑 얘기로 시간을 보낸다”고 털어 놓는다. “오늘은 그래도 골프 옷을 안 입으니까 좋아요. 쇼핑 때도 일상복만 사거든요.”
당장 내일 경기를 앞둔 이들은 그래도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긴장의 고삐를 풀 수는 없잖아요.”(한희원) 일본선수들이 3년 연속 져서 그런지 이번에는 눈빛이 달라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이미나) 주장 강수연은 공평하게 첫날 제비뽑기로 출전할 선수 12명을 뽑았다. 더블스트로크 플레이로 펼쳐질 둘째 날은 각자가 같이 플레이할 선수 이름을 적게 하고 가장 이름이 많이 적힌 순서대로 팀을 꾸렸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이들은 모두 각자 흩어지기 바쁘다. “2월에 시작하는 시즌이 금방 돌아오거든요.”(한희원) 이미나는 “미국 생활이 멋있을 것 같지만 실제는 더 힘들어요. 대회 수도 여기 보다 많고 경기 일도 더 많고 이동 거리도 길고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김주연) 올 시즌 뒤늦게 우승 바구니가 터지며 한국 선수들이 선전한 데 대해 이들은 “한국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 보다 발동이 늦게 걸리는 것 같아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내년에도 걱정 안 하셔도 돼요.”(이미나) 이들은 “소렌스탐 한 명에만 의존하는 스웨덴 보다 선수층이 두터운 한국이 더 강팀”이라며 “내년 시즌에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박원식 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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