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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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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

입력
200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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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미국의 에너지 회사 엔론이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직원들은 켄 레이 회장을 추종했다.

주가가 곤두박질 치자, 그는 평생 한번 올까말까 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틀림없이 다시 오를 테니 헐값에 주식을 구입하라고 촉구했고 직원들은 그 말에 따라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회사는 사상누각이었고 경영진의 허장성세와 부도덕성, 정치권과의 추문이 드러나면서 마침내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이 함량 미달의 리더와, 사정이 뻔한데도 그를 맹종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은 리더와 그 지지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분석한 리더십 연구서이다. 저자는 미국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공공정책과 조직행동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특별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책은 ‘독성 강한’(toxic) 리더가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고 전제한다. 조직, 공동체, 기업 심지어 국가에도 그런 리더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희생양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공격하게 만든다.

인권 따위는 별 관심이 없다. 편 가르기를 하고 자신의 결함을 보지 못하며 오만불손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 지지자는 잘 대접하고 반대 쪽 진영은 미워하거나 파괴하라고 이른다.

문제는 리더의 냉소와 부패, 잔인성을 잘 알면서도 그에게 끌리는 지지자가 많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런 리더를 따르고 그런 부류의 인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내며 극단적인 경우 그 같은 리더를 창조하기까지 한다.

책은 지지자들이 존재론적 불안, 죽음과 미지에 대한 두려움 등을 떨쳐버리려고 권위적 인물에 기대 기꺼이 자유를 포기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리더가 지지자를 파멸로 이끌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지자가 좋은 리더를 독성 강한 리더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경우 리더는 협박을 하지 않고도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게 만들 수 있다. 결국 리더십의 문제는 리더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지자들의 자질 부족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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