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보다 사람이 좋아야 한다.’
돈을 사고 돈을 파는 게 업무인 은행권에서도 신입행원 채용기준이 인성과 감성으로 바뀌고 있다. 학점이나 토익점수보다 사람이 좋아야 영업도 잘하고, 금융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기업은행 공채에서는 백혈병 어린이에게 골수를 이식한 지원자가 3점의 가산점을 받아 최종 합격했다. 100점 만점에서 3점이면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수이다. 특히 이 지원자는 면접관들로부터 골수이식에 관한 질문을 받고 호감을 얻어 플러스 알파의 이미지 점수까지 받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5년 동안 매월 헌혈을 한 지원자 등 다양한 봉사활동 경험자들이 지원했고, 이들에 대해서는 정도에 따라 가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입행원 채용을 진행중인 우리은행도 지원자들의 인성 판단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1박2일 동안 170명을 대상으로 하는 합숙 실무자 면접에서는 면접관만 70여명이 투입돼 지원자들의 인성을 테스트한다. 그룹별로 진행되는 8단계의 면접을 통해 ‘혼자 잘난 사람’보다 ‘이 사람이 있어서 그룹이 돋보이는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역시 ‘면접시간이 아슬아슬한데 신호가 빨간불이다. 신호위반을 하겠느냐?’, ‘당신에게 1억원이 생긴다면 무슨 일을 하겠느냐?’ 등 정답이 없는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가치관을 판단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채용 전략이다. 한 시중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인성이 뛰어난 사람이 영업도 잘하고, 조직에도 플러스”라며 “은행원이라고 해서 으레 계산을 잘하는 사람을 연상하는 것은 옛말이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