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보 하나일지라도 손맛 살아 있는 수공예품에 애정이 가는 건 나이 먹어간다는 증거일까. 누군가의 정성이 켜켜이 쌓여 나름대로 내력을 갖춘 물건, 어쩐지 인정스러워 좋다.
인사동의 갤러리쌈지가 펼치고 있는 전시회 ‘인사동의 바람’이 바쁜 발길을 붙든다.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수공예 공방과 갤러리, 작가들의 모임인 ‘핸드 메이드 인사동’의 초대전인 셈이다.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제작된 웨딩 드레스와 핸드백, 테이블 웨어, 그릇과 도자기류, 촛대와 꽃병, 조명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망라됐다. 여기에 판매까지 겸한다.
모두 10개를 헤아리는 참가 업체는 각각 독특한 개성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생활 한복 업체인 꼬세르를 비롯, 은을 소재로 작업하는 9명의 장신구 작가들이 운영하는 아원공방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이다.
꼬세르는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한 웨딩 드레스와 모피 핸드백, 양복에도 무리없이 어울리는 꽃신 등 다양한 소품들을 내놓았다. 또 자연주의는 털실과 명주실, 비단을 천연 염색해 스카프와 식탁보 등 다양한 제품으로 변모시켰다. 전통 조각보 기법을 고집하는 솝리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파스텔 톤의 천조각을 이어 붙여 발, 식탁보, 벽걸이 등으로 만들어 전시한다.
공예 전문 쇼핑몰인 쌈지길은 재불 도예가 김혜영이 유약 처리한 도자 그릇들과 일본 여성 도예가 요코 하마다가 무광 처리한 이국적 도자 그릇들을 비교 전시, 한국과 일본의 서로 다른 감성을 비교 감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전통적인 채상 기법(대나무를 엮어 형태를 만든 뒤 색을 칠해 완성하는 공예)을 연구하는 서신정씨의 필통과 대나무 상자류도 볼 수 있다. 또 아원공방이 내놓은 은제 촛대, 꽃병, 조명기 등은 시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오브제로서도 제값을 발휘한다.
완전 수공예로 만들어진 까닭에 인사동에서 흔히 만나는 싸구려 수입 기념품들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전시작들은 현장 주문 판매도 이뤄진다. 수공예 품이 만만치 않아 가격은 단품이 5~27만원대로 천차만별.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소장한다는 만족감을 감안하자.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쌈지 정현주 큐레이터는 “지금 인사동은 ‘전통 문화의 거리’라는 명칭이 무색할 만큼 서구화되고 중국제 싸구려 상품이 넘쳐 난다”며 “전통 공예품의 멋과 아름다움을 인사동에 새삼 환기시키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및 판매는 12일까지. (02)736-0088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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