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실크, 가을의 벨벳에 이어 겨울엔 모피다. 남성의 멋내기가 더 이상 화제랄 것 없는 시대, 모피 패션에 도전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모피는 호화 사치품’이라거나, ‘호화 사치란 여성 명사’라는 편견에서 한발만 물러서면 모피 특유의 클래식한 멋과 실용성이 눈에 들어온다. 더구나 올 겨울은 패션계 전반에 러시안 무드가 충만하다.
패션을 아는 남자, 모피를 두려워하랴!
남성용 모피가 인기를 얻는 것은 탤런트 조인성 덕이 크다. ‘별을 쏘다’ ‘발리에서 생긴 일’ 등에서 그는 당시만 해도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모피 코트를 입고 나와 시선을 집중시켰다.
‘탤런트니까~’ 싶었지만 물꼬가 한번 트이면 대세는 거역할 수 없는 것. 지난 겨울 캐주얼에서 후드에 모피를 덧댄 스타일들이 다수 선보이더니 올해는 남성 정장용 코트까지, 모피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진도모피 남성복 모피 사업 본부 박성주 이사는 “올 들어 실크 벨벳 등 여성복 소재의 남성복 진출이 활발하다”고 대세를 전한다. 박 이사는 “모피도 이런 추세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면서 “아직 시장 성숙 단계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양가죽의 인기를 모피가 계승할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모피 패션은 점퍼 스타일의 블루종, 하프 코트, 코트 등의 칼라와 앞여밈, 소매 등을 모피로 장식해 모피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멋을 살린 제품들이다.
디자이너 브랜드인 정욱준이나 진도옴므, 정장 브랜드 마에스트로 등에서는 전체가 모피로 이뤄진 코트류도 선보이고 있지만 일반인이 시도하기에는 너무 대담한 스타일이라 판매는 많지 않다. 대신 지이크, 엠비오, 헤지스, 맨스타 등 일반 캐릭터 브랜드의 일부 부위에 모피를 덧대거나 모피로 안감을 댄 제품들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 가까운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이크 디자인실 구희경 실장은 “남성 패션에서 클래식하면서 메트로 섹슈얼적인 화려한 멋의 추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 러시안 룩의 영향으로 패션계 전반에 모피 소재가 폭넓게 활용되는 것 등이 남성들의 모피 소재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줄인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고전적인 분위기의 테일러드 코트에 칼라에만 모피를 댄 제품은 불과 몇 년전만 해도 ‘할아버지 패션’이었지만, 올해는 귀족적인 화려함을 표현으로 인기가 좋다고.
또 가죽이나 니트 점퍼의 앞부분에만 모피를 덧댄 제품은 모피의 고급스러움과 이중 소재 특유의 세련미가 돋보인다. 면 코듀로이 하프 코트에 탈부착 가능한 모피를 칼라와 안감에 댄 제품들은 저렴한 가격대와 캐주얼한 멋 때문에 중저가 브랜드에서 많이 출시되고 있다.
모피의 소재로는 값비싼 블랙그라마, 밍크, 폭스, 토끼털 등 진짜는 물론 인조 모피가 많이 선보이고 있다. 모피의 색상은 2가지나 3가지 색상이 나도록 염색해 트렌디한 느낌을 살렸다.
모피 패션은 자칫 나이 들어 보이거나 반대로 너무 젊어 보이지 않도록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TNGT 디자인실 박혜원 실장은 “패션 감각이 특별히 빼어나지 않은 한, 일반 직장인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목 부위에 살짝 털이 드러나는 정도가 오히려 멋스럽다”고 말한다.
모피 칼라가 달린 테일러드 코트는 모피의 색상이 중요한데 갈색 보다는 검정색이나 아예 코트 원단보다 환한 색이 세련돼 보인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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