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경-김윤진-문정혁’의 화려한 캐스팅을 내세운 스릴러 ‘6월의 일기’(감독 임경수ㆍ제작 보스톤 미디어, 필름앤픽쳐스)는 일단 시각적으로 충격적이다.
반듯하게 뉘어져 있는 시신의 배를 ‘쓱싹’ 가르고 그 속에 손을 ‘푹’ 집어 넣어 사건의 비밀이 담긴 캡슐을 끄집어 내는 장면 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더 강렬한 충격을 던지는 것은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자체다.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에게 사건의 결말을 보았다는 시원함보다 “당신 역시 가해자”라는 죄의식을 떠 안기니 이보다 더 끔찍할 수가 없다.
육교에서 한 중학생이 살해된다. 곧 이어 역시 같은 반인 다른 학생이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져 숨진다. 강력계 형사인 자영(신은경)과 동욱(문정혁)은 두 학생의 위 속에서 쪽지를 발견하고 동일범의 소행으로 결론 내린다. 쪽지에 적힌 글씨의 주인은 희생자들의 반 친구였던 진모의 엄마 윤희(김윤진)다.
자영의 고교 동창이기도 한 윤희는 진모가 미리 써 놓은 일기장에 적힌 대로 연쇄 살인을 저지른다. 영화는 처음부터 윤희가 범인임을 알려주고 시작하는 셈이다. 때문에 관객들은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도대체 왜’라는 질문에 몰입한다.
영화의 전개를 이끄는 두 축은 신은경-문정혁이 보여주는 혼성 버디 관계와 주제의 핵심을 전달하는 신은경-김윤진의 관계다. 외형적으로는 성격 다른 두 형사의 대립이 부각돼 있다.
남성적이고 털털하며 악바리인 여형사와 “공무원인 경찰이 돼서 칼퇴근 하고 싶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만 알고 보면 실력 있는 남자형사의 조합은 영화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소 억지스러운 에피소드들은 도리어 영화의 완성도를 훼손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영화는 ‘왕따’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관객들을 소름 돋게 만든다. 특히, 살인사건의 원인이 되는 교실 내 왕따 현장에 대한 묘사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다.
여학생까지 보는 앞에서 자위를 강요하고 그 모습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는 장면 등은 어떤 TV 추적 프로그램보다 적나라하다.
스릴러적 완성도에는 선뜻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지만, 참신한 소재에다 관객 모두에게 공범자로서의 죄의식을 절감케 하는 결말은 탁월하다. 1일 개봉. 15세.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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