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을 뜨겁게 달군 대역전경주 별들의 전쟁이었다.
임진각을 향해 연일 질주하고 있는 제51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 셋째 날인 30일 제3구간(대구-김천 74km)의 첫 소구간(대구시민회관-태전 10.6km)에서 대회 최고의 빅 매치가 벌어졌다.
올 시즌 마라톤 랭킹 1위이자 한국기록보유자인 충남의 이봉주(삼성전자), 하프마라톤과 5,000, 1만m랭킹 1위인 충북의 허장규(삼성전자), 5,000m 고교랭킹 1위이자 지난해 최우수 신인인 서울의 전은회(배문고), 경기의 돌풍을 등에 업은 다크호스 박상문(과천시청)이 고향팀은 물론 마라톤과 중장거리의 대표주자로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에 나선 것.
김범일 대구시 정무부시장의 출발신호로 시작된 레이스는 중반 5km까지는 박빙. 4명의 러너는 약속이나 한 듯 그룹을 지어 뛰기 시작했지만 5.5km지점부터 신예인 전은회가 힘이 부친 듯 떨어져 나갔다. 막판 스퍼트를 노리며 후위에서 안정적인 레이스를 전개하던 이봉주는 체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듯 5.9km 오르막구간에서 뒤로 처져 승부는 허장규와 뒤를 맹렬히 쫓은 박상문의 몫으로 돌아갔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였지만 아름다운 경쟁의 주인공은 허장규였다. 스피드에서 앞선 허장규가 노련한 운영으로 박상문에 간발이나 다름없는 2초차인 30분34초로 선두를 차지했다. 이봉주는 20초 뒤진 30분54초.
팀 레이스에서는 경기가 ‘오르막 사나이’ 이홍국(부천시청)의 질풍 같은 고갯길 스퍼트에 힘입어 3일내내 선두(3시간48분51초)를 질주, 북상을 선도했고 전통의 강호 서울은 우승후보 충북과 다크호스 경북을 제치고 2위(3시간49분39초)로 치고 나왔다. 종합순위에서도 경기는 11시간9분22초로 2위 서울(11시간15분53초)을 6분 이상 앞서 18년만의 우승을 가시권에 뒀고 8연패에 도전하는 충북은 전날 4위에서 3위(11시간18분)로 한 계단 올라섰으나 선두 경기와는 8분여차 벌어졌다.
김천=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 역전스타/ 허장규 중장거리 1인자 '이름값'
별들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충북의 허장규(22ㆍ삼성전자)는 “초반에 격차를 벌리려고 했는데 출중한 선수들과의 레이스라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허장규는 5,000, 1만m, 하프마라톤에서 올 시즌 국내랭킹 1위에 올라있는 마라토너. 충북체고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허장규는 지난해 삼성전자 입단 후 기량이 일취월장해 올 2월 일본 이누야마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3분12초로 시즌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어 6월 일본 호크랜장거리챌린지대회 5,000m와 1만m에서도 각각 13분52초93, 29분12초14를 기록했다. 아직 입문하지 않은 마라톤 풀코스를 제외한 중장거리부문에서 경기를 거듭할 때마다 기록이 괄목할 정도로 향상되고 있는 셈이다.
스피드로는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허장규는 체력과 지구력이 다소 부족한 게 약점. 그는 “고교시절 대선배들과 경쟁을 벌인 대역전경주를 통해 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었다”며 “중장거리에서 스피드를 더 보완, 5,000m에서 한국기록을 경신한 뒤 1~2년 내 마라톤 한국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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