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주환 박사의 뉴스 속의 과학] 여론 속 '맥스웰의 악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주환 박사의 뉴스 속의 과학] 여론 속 '맥스웰의 악마'

입력
2005.11.30 00:00
0 0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는‘열역학 제2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즉 가만히 내버려둔 물체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한쪽이 뜨거워지고 반대로 다른 쪽이 차가워지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

1867년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럭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은 공상을 했다. 어떤 전능한 존재가 있어 물체의 중간을 가로막고 선 다음 문을 만들어 뜨거운 분자만 통과시키고 반대 방향으로 차가운 분자만 통과시킨다면, 한쪽은 뜨거워지고 반대쪽은 차가워지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를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존재, 즉 ‘맥스웰의 악마’라고 한다.

우스개 소리 같은 이 공상이 과연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르느냐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왜냐하면 공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이런 분자 단위의 제어가 나노 공학을 통해 실제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실제 맥스웰의 악마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신경계와 뇌를 작동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보면 재미 삼아 인간 사고에 악마성이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중의 여론이라는 것도 언뜻 열의 흐름과 유사해보인다. 논쟁 거리가 발생해 사회의 한 곳이 뜨거워지면 말이 흐르기 시작하고, 말이 흐르기 시작하면 관심이 없던 차가운 사회로까지 전파된다. 갑론을박을 계속하다 보면 뜨거웠던 곳과 차가웠던 곳 모두 미지근해져서 결국 합의라는 것을 이뤄내는 듯하다.

그렇다면 맥스웰의 악마가 여론의 흐름에 관여해서 선택적으로 말을 통과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조용했던 곳이 시끄러워지고, 소곤소곤 의논하던 곳을 잠재워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과학계라는 곳이 원래 조용히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는 곳인데, 말이 한 곳으로 흐르다 보니 당초에 관심이 적던 정부와 일반 대중사회가 뜨거워져가고, 오히려 건전한 반론을 통해 발전을 유도해야 할 전문가 집단은 말이 없어져간다.

더욱 심각한 것은 뜨거운 감자가 돼버린 바이오 분야 이외의 것들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의 온도다. 열이 급속히 빠져나가 절대 0도를 향해 치닫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전문가 집단에서 일반 대중 속으로 정보가 흐를 때는 필연적으로 정보를 해석해서 전달해주는 중간자를 거치게 마련이다. 그 중간자가 어떻게 정보를 선택해서 흐르게 해주느냐에 따라 열은 양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고, 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정보 전달자가 그처럼 전능한 존재라면, 자신이 혹시 맥스웰의 악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해서 살펴보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인 것 같다.

김주환 박사·연세대 토목공학과 연구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