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오늘 출범한다. 일제 강점기 직전부터 노태우 정권까지 100년에 걸쳐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방대한 작업이 시작된다. 통합과 미래를 말해야 할 이 때에 왜 과거의 문제를 되짚는 일을 벌여야 하는지를 냉철히 분별하며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의 재조사 재해석이 갖는 위험성과 학문의 문제를 정치화한다는 논란을 안고 활동할 위원회가 갈등과 분열의 생산지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15명의 위원과 200명 가까운 직원으로 이루어지는 위원회는 100억원 대의 예산을 사용하며 최장 6년 동안 일하게 된다. 조사와 진상규명, 피해구제, 명예회복 등의 후속조치까지 강구하는 강력한 권한도 갖고 있다.
그러나 위원 구성부터가 대통령과 여야 등의 정파적 안배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고 정파에 따라 상이한 역사인식을 드러내는 상태에서 진정 화해를 도모하는 과거정리가 될 수 있을지 염려도 생긴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이 시점 중요한 것이 과거청산보다는 사회안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나칠 수 없다. 국무총리 산하 광복6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그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78%의 국민이 사회안정을 바라고 있고, 32%의 다수가 경제선진국 진입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여기에는 과거사정리가 국력소모나 사회혼란을 불러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뜻이 담겨 있다.
역사를 밝히는 일은 어디까지나 학문적 전문적 영역에 해당한다. 정권의 취향이나 정치적 편향이 끼여든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대통령과 정치적 정신적으로 특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는 송기인 위원장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정치적 이념적 협소함을 버리지 않으면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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