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의 미군 감군 계획이 가시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백악관이 4만~5만명 또는 그 이상의 이라크 주둔 미군을 내년에 철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등의 철군일정 제시 주장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던 백악관이 전략을 수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30일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이라크전에 관한 주요 연설을 할 예정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보다 구체적인 감군 목표 및 일정을 제시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내년에 5만명의 감군이 이뤄질 경우 이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이 이제까지는 철군에 대해 ‘만약(if)’이라는 전제 조건에 무게를 싣다가 이제는 ‘얼마나 빨리(how fast)’철군을 시작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군이 ‘상당히 빨리’자위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입장 변화의 전조였다.
백악관이 감군 현실화로 이라크전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이라크 내에서의 군사적 상황이외에 다른 정치적 변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제까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의 감군 여부는 현장 지휘관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내년 미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선 철군 논의를 봉쇄하기 보다는 감군 계획 제시로 물꼬를 터주는 것이 반전 여론의 예봉을 피해 가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라크 내의 정치적 상황도 무시 못할 변수이고 미국은 특히 다음 달 중순 이라크 총선 이후의 정치적 상황을 예의주시 해야 할 처지에 있다. 최근 이라크의 각 정파들이 한 목소리로 미군 철군의 시간표 제시를 요구한 것도 미국이 고려해야 할 정치적 변수다.
미군의 감군이 현실화할 경우, 이라크 총선에 대비해 증파했던 2만여명의 병력 철수가 우선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의 추가적인 감군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 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의 이라크 주둔군 감군이나 철군 계획 발표에 이은 미 정부의 감군 계획을 두고 ‘의지의 연합’은 가고 ‘철군의 연합’만 남았다는 비아냥이 들리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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