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재계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손경식(사진) 신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손 회장은 29일 서울 남대문로4가 대한상의 신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5만 회원들의 뜻을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말을 뭐든지 다 할 것”이라며 재계 단체장으로서의 다부진 의욕을 보였다.
손 회장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것은 그가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 박용성 전 회장(두산그룹 전회장)의 후임이라는 데 있다. 박 전 회장은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 걸친 직설적 비판으로 ‘재계의 입’이란 호칭이 붙었다.
재계는 중도하차한 박 전회장을 대신해서 상의를 이끌어갈 손 회장이 X-파일, 두산사태 등으로 잔뜩 움추려 있는 기업들을 다독거리고, 정부와의 원만한 정경관계를 재정립해주길 잔뜩 희망하고 있다. 기업들로선 최근 경영환경을 둘러싼 악재들을 털어내고, 내년을 대비할 수 있는 분위기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정부로부터 얻어낼 것은 얻어내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러나 무조건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국가와 사회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절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경련과의 관계 설정과 관련, “강신호 회장과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아직 논의하지 못했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다만 손 회장은 “대한상의는 전국적 규모의 회원 구성이나 기업 규모 등을 볼 때 대기업이 중심이 된 전경련과는 확실하게 다른 단체”라며 전경련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최근 검찰수사 등과 관련, “상의 회장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모두 지나간 과거의 일들인 만큼 밝은 미래를 위해 전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수사의 조기종결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손 회장은 이에 앞서 “기업의 도덕성은 이제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 경영을 강조하고 그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손 회장은 CJ 회장직에 대해서는 “상의 회장을 하면서 CJ 회장직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범삼성가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CJ는 1994년 삼성에서 완전 분리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회장을 의식한 듯 “회장이 바뀌고 사람이 달라졌다고 해서 상의의 역할까지 변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전체 회원의 이익을 위해서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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