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에 욕설과 조롱은 약방의 감초 같은 것일까? 오랜 군대문화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는 적당히 욕을 하고, 욕을 먹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목소리 크고 욕 잘하면 기선을 제압하고,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 사회 통념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욕설과 조롱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 듯한 느낌인데도, 사는 것이 힘겹고 어려워서인지 대체로 용인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상황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는 곳에서도 똑같다.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공장에서“○새끼, ○○놈”이라는 말부터 듣게 된다. 웃지 못 할 이야기지만 우리 동네에는 ‘siekya'(새끼야)라고 쓰인 간판을 달고 있는 슈퍼마켓이 있다.
주인은 농담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을 그렇게 불렀고,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무슨 뜻인지 모르고 주인을 그렇게 불렀다. 정감이 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욕설과 조롱은 우리 생활에 익숙해 있고, 사회 깊숙이 만연되어 있다.
그런데 그 파급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장난으로 돌멩이를 하나 던졌을 뿐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위력은 가히 가공할 만하다. 또 그 욕설과 조롱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심장부를 향해 날라 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한 공장에서 사장이 욕설을 하며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을 시켰다. 한참 후에 사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외국인 노동자가 소리를 질렀다. “사장 ○새끼! 빨리빨리.” 사장이 어이없어 하며 가 보니 기계가 고장 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외국인 노동자는 그 기계의 이름이 “○새끼”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자료에 의하면 외국인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욕설과 조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겪는 고충은 임금체불, 산재, 구타 등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참을 수 없는 것이 욕설과 조롱에 의한 인격 모독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자기가 인격 모독을 당하면 자기가 믿고 있는 신이 모독을 당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는 곧 신성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우리는 신을 모독하는 행위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아니, 사람됨을 스스로 포기하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이정호 신부ㆍ대한성공회 샬롬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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