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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너무 빨리 바뀐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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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너무 빨리 바뀐 세상

입력
2005.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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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도 소나무가 푸른 것은 올 봄에 낸 잎은 그대로 두고, 작년 봄에 낸 잎들만 땅에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솔잎 검불이 산에 쌓이면 우리는 갈퀴를 얹은 지게를 지고 산으로 그것을 긁으러 다녔다. 검불은 불쏘시개를 하고, 또 크고 작은 가지와 굵은 잡목을 베어와 겨울 땔감준비를 한다.

여름엔 소를 먹이러 다니던 산이다. 같은 산에서 잎이 무성하게 달렸을 때의 나무와 잎이 다 떨어진 다음의 나무를 여름과 겨울에 다 함께 보는 것이다.

지금도 토막 장작만 보고도 그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웬만한 나무들은 다 안다. 대처에 나와 학교를 다닐 때 겨울방학을 하여 집에 내려오면 어머니는 동네사람들에게 ‘우리집의 학교꾼’이 왔다고 말하지 않고 ‘우리집의 나무꾼’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시골에도 나무 아궁이를 사용하는 집이 거의 없다. 25년 전만 해도 나는 그런 나무 아궁이가 우리 당대에 거의 모두 없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그 시절 강릉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장작을 때 밥을 하는 집이 몇 안 남았을 것 같다. 짧은 시간,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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