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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나라 '도청' 자기반성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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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나라 '도청' 자기반성부터

입력
2005.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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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부 시절의 도청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낸다고요?”

한나라당 정인봉 인권위원장이 2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주중에 도청피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는 소식을 듣고 한 소장파 의원이 놀라서 던진 말이다. 그는 “우리가 그럴만한 입장에 있냐”며 “너무 오버한다”고 혀를 찼다.

정 위원장은 소송 근거로 “검찰이 밝힌 도청 피해자 1,800명 중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직자 등 700여명이 포함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추론을 제시했다. 그는 또 “보복이나 정파적, 개인적 소송이 아니라 인권발전을 위한 전향적 소송”이라며 “한나라당 집권 때 도청을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라고도 설명했다.

인권을 위한 소송이고 집권하면 도청을 안 하겠다니, 좋은 말이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한다면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 뿌리인 전두환ㆍ노태우 정권 그리고 김영삼 정부 때 도청이 극심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 대통령까지 도청했다는 증언까지 나오지 않았나.

단지 공소시효가 지나 도청수사의 칼날을 피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지금껏 자신들의 집권 시절 이루어진 도청에 대해 사과 한번 한 적이 없지 않은가.

당 지도부는 소송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인권위의 결정이지 당론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일부는 “과거 때문에 정부 비판을 못하면 야당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권을 논하려면 그에 걸 맞는 자세부터 갖추어야 한다. 과거 자신의 도청은 눈감고 남의 도청을 문제 삼겠다고 해서야 누가 동의하겠는가. 한나라당은 먼저 자신의 과오를 사과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권혁범 정치부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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