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7시30분 시작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간담회는 오후 2시30분에야 끝났다. 위원 개개인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바람에 별도의 휴식시간 없이도 무려 6시간이나 걸렸다. 위원들은 이날 간담회에 쏠린 국민의 관심을 의식한 듯 긴장한 표정이었고, 취재진에게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
마라톤 회의 끝에 생명윤리위는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 미즈메디병원 등 관계 기관으로부터 자료 및 의견을 제출 받기로 했다”며 “이를 면밀히 검토한 뒤 황 교수팀의 법 규정 및 윤리 규범 위배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삼승 위원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재조사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했지만 이 같은 결론은 사실상의 재조사로 받아들여진다.
생명윤리법상 당사자를 불러 심문하는 등 직접조사는 불가능하지만 서면조사 등은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총동원,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로 한 것이다. 생명윤리위는 서면조사 등을 통해 황 교수팀의 연구에 대한 윤리적인 판단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의 재조사 결정에는 현재의 상황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생명윤리위는 국제사회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단계 높은 국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법적ㆍ윤리적 규정에 위배된 사실이 없다’는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정부 입장이라고 국제사회에 내놓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 중론이다.
생명윤리위는 또 국내 윤리계에서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비판의 목소리를 마냥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내 윤리계는 황 교수의 연구 성과물이 나오기 이전부터 생명과학연구 자체를 꺼리면서 극도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해 왔다. 이번 생명윤리위의 결정은 이들 윤리계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여겨진다.
이날 간담회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생명윤리위가 2주 뒤 전체회의에서 내릴 결론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생명윤리위는 황 교수팀이 법적으로는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음을 재확인할 것이다. 이는 국내 뿐 아니라 국제 과학계도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윤리적인 측면에서 과연 황 교수팀이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제적인 수준의 윤리 규범에는 다소 못 미친 부분이 있다”는 정도의 내용을 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양 위원장이 “황 교수팀의 연구에 대한 논란은 이미 국제적인 문제가 됐다”고 거듭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언급으로 해석된다.
결국 “법적 문제는 없으나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보면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선에서 절충, 파문을 일단락한 뒤 이를 계기로 국내 과학계에는 좀 더 엄격한 윤리규정을 권고하고 국제사회에 이해를 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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