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황우석 교수 단상(斷想)’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연구 난자 출처 의혹을 보도한 MBC PD수첩을 향한 비난여론을 진정시키려는 취지에서 쓴 글이 오히려 격한 논쟁과 새로운 분란을 야기시킨 것이다.
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MBC PD수첩이 광고 중단 등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한 뒤 각 포털 사이트에는 수백개의 찬반 댓글이 붙었고 잠잠해지는 듯했던 ‘난자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거기다가 MBC가 취재 과정에서 협박을 했느냐가 새로운 쟁점이 되면서 언론보도의 윤리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상황이 더 어지러워지자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으나 정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견해를 밝히는 바람에 연구윤리 논쟁에 보도 윤리 논란까지 추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언론사 광고 문제까지 언급한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PD수첩과 관련된 12개 광고주 중 11개 광고주가 계약을 취소했다는 것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자마자 관련 기업들이 재검토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그 파장이 적지 않다. 한 중진정치인은 “언론사 광고와 여론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데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개입하는 모양새가 된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우려했다.
노 대통령이 “기자(PD를 의미)들의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힌 대목도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사실 여부가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보고를 그대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이사장의 ‘PD 협박’주장 등을 포함해 개괄적 보고를 받은 뒤 이런 내용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이 “MBC의 이 기사가 짜증스럽다”면서 사실상 평가를 내린 것도 섣부르다는 의견이 있다. 대통령이 미리 판단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듯한 발언을 할 경우 연구윤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최종 입장이 나오더라도 국제 과학계가 신뢰를 보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노 대통령이 MBC에 대해서만 “취재와 보도에 주눅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힐 게 아니라 모든 언론에 관용의 정신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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