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경찰청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농민대회 참가 후 24일 뇌출혈로 숨진 고 전용철씨는 집회현장에서 불상사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망경위를 밝히기 위해 농민단체와의 합동조사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농민단체 등에 합동조사를 제안했다.
허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자체 조사에서 전씨가 여의도 집회현장에 하늘을 보고 누워 있는 채증사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15일 오후 6시20분께 여의도 문화마당 근처에서 찍은 것으로 전씨가 눈을 감은 채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허 청장은 “쓰러진 원인이나 ‘불상사’란 표현이 경찰의 직접가 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위대가 밀리는 과정에서 넘어진 불상사인지, 전씨의 지병(간경화)이 영향을 미쳤는지 등 정확한 사망경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고 전용철 농민 살해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경찰이 제안한 사인규명 합동조사단 구성을 즉시 거부했다. 범대위는 “공정한 조사를 위해선 경찰이 아닌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수많은 정황과 목격자의 증언으로 타살이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는 경찰청장의 태도에서 진실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천주교 등 4대 종단 인권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폭력진압의 책임을 지고 허준영 경찰청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농민단체들도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고인의 장례를 미루고 대정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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