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직원을 대상으로 강연할 강사를 골랐다. 그런데 강사가 범상한 사람이 아니다. 30일 공단 목포지사에서 50명의 직원을 상대로 강연할 박형두(41)씨는 소송까지 불사하며 지난 2년 간 끈질기게 반(反)국민연금운동을 펼쳐 온 인물이다.
공단이 박씨에게 먼저 강연을 제의했다. 강연 제목은 ‘안티(反)국민연금에서 바라본 국민연금’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제의라 놀랐다는 박씨는 28일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토끼의 심정이지만 반대운동의 본질을 정확히 알려 직원들의 마음가짐을 바꾸고 연금제도를 개선하는데 기여하겠다”며 반대운동가 본연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박씨가 국민연금 반대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2003년 12월 경기 성남시 구미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우병 파동으로 가게가 적자라 연금을 납부할 처지가 못됐지만 공단 직원은 박씨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들이대며 막무가내로 납부를 강요했다.
박씨는 “직원의 고압적인 태도에 눌려 물러섰지만 소득이 없으면 납부예외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경험담을 공단 인터넷게시판에 올렸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면서 힘을 얻었다. 이 때부터 생업을 접고, 뜻을 이해하는 아내가 식당일로 번 돈으로 생활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필명은 ‘국민연금특별수사대’. 박씨는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그만 둘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뒤로 공단과 박씨의 악연은 이런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수도권의 한 공단 지사를 방문했던 박씨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직원들이 박씨보다 연상인 부인의 신상을 소재로 수군거리고 있었다.
공단이 무단으로 박씨의 개인 신상정보를 열람해왔던 것이다. 박씨는 공단 본부로 찾아가 거칠게 항의했고, 개인정보 무단열람에 대해 공단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해 올해 3월 승소했다.
그러나 박씨가 개인정보를 열람한 공무원 10명의 실명을 인터넷상에 공개하자, 이번엔 공단 측이 올 5월 박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사건은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다. 박씨는 “질긴 악연을 맺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측은 “내부에서 이견도 많았지만 직원들에게 반대편의 주장을 가감 없이 들려줌으로써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이번 강연을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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