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다음 대선이 2007년 12월로 예정돼 있지만 대선주자들은 결전의 날이 머지 않은 듯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달 들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강연정치에 뛰어들었고 정치적 발언 수위도 높이고 있다.
대선주자의 이미지와 파워는 기본적으로 본인에게서 나오는 것이지만, 상당부분은 그 뒤에서 돕는 사람들로부터 창출된다. 대선주자들이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고 연구소, 싱크탱크를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선주자의 사람들은 크게 일정과 주변을 챙기는 비서진, 정책 등을 조언하는 자문그룹, 외연 확대를 담당하는 조직 참모, 세 형성과 정치적 조언을 하는 원내그룹 등으로 나뉜다. 그들의 면면을 분석해본다.
● 고건 - 36년 공직… 자문기구 쉽게
고건 전 총리는 36년간 공직 생활을 하며 맺은 지인들과 모임 수십 개를 자문기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중 이세중 전 변협회장과 정경균 서울대 명예교수, 김재순 전 국회의장 등 원로 10여명으로 구성된 동숭포럼은 매주 1회 모이는 대표적 조언그룹. 박석무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다산연구소는 고 전 총리의 정치 이념인 '창조적 실용주의'의 근간을 제시하는 등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다산연구소에는 변형윤ㆍ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한승헌 전 감사원장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중 조직으로는 회원이 4,000명을 넘는 팬 클럽 '고사모 우민회'가 있다. 내무부(행자부) 출신들의 모임과 경기고ㆍ서울대 정치학과 동창모임, 고시 13회 동기모임 등도 자주 만난다.
서울시장 재직시절 행정부시장으로 인연을 맺은 강홍빈 서울시립대 교수가 전문가 그룹의 중심이며 민주당 최인기 신중식 의원, 강운태 전 의원과의 인연도 깊다.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은 비공식적 입 역할을 하고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 김근태 - 475·386의원들이 큰 자산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싱크탱크는 한반도재단이다. 키워드인 평화와 복지는 재단 산하 동북아연구실과 경제사회포럼에서 60여명의 연구자들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다.
동북아연구실은 김 장관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이인영 의원과 성공회대 김남주 교수, 한신대 백준기 교수 등 소장학자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움직인다. 경제사회포럼은 오해진 LG인력개발원 고문과 개방과통합정책연구소 오용석 박사를 중심으로 양극화 해소와 선순환적 복지정책 등을 연구하고 있다.
공식적인 틀은 없지만 교수 및 전문가의 세미나로 진행되는 수요모임, 금요모임 등도 주목할 만하다. 최상명 한반도재단 정책실장이 실무를 담당한다. 김 장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 동창인 CEO들과 교수들로부터 조언을 듣기도 한다.
정무적 지원은 원내 '민주평화 국민연대' 소속인 장영달 이호웅 문학진 최규성 의원 등이 맡는다. 특히 우원식 유승희 의원 등 475세대와 이인영 오영식 임종석 이기우 의원 등 386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것은 큰 자산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 박근혜 - 의원 중심의 공조직 주축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측은 사조직, 외곽 조직이라는 말만 나오면 손사래부터 친다. 철저히 공조직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러난 측근은 그래서 모두 의원이다.
김무성 유승민 전여옥 의원 등 얼마 전 당직을 맡았던 측근 3인방이 대표적이다. 이병기 여의도연구소 상임고문, 윤여준 전 의원도 박 대표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곽성문 유기준 의원 등 이른바 당내 '흑기사 모임'도 있지만 아직은 팬 클럽 수준이다.
공조직 외에 별도 대선 캠프는 따로 없다는 게 정설이다. 다만, 그의 자문교수단을 두고는 갖가지 추측이 나온다. '3공 시절 고위 관료들의 자제들', '정수장학회 출신 교수들이 보좌하고 있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박 대표측은 이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피한다. 방석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의 이름이 흘러나오는 정도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대표가 교수를 만난다 해도 일반 의원이 교수들에게 정책 자문을 구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대표 취임 이후엔 비중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강재섭 - 당직 오래맡아 인맥 든든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당 기조실장, 대변인, 원내총무 등 오랜 기간 당직을 역임하면서 형성한 인맥이 그를 떠받치고 있다. 황희성 특보와 강현석 고양시장 등은 그를 돕는 대표적인 측근이다. 권영진 전 미래연대 대표, 조흔구 이경호 부대변인, 김우섭 전 보좌관도 그와 한배를 타고 있다.
원내에서는 TK지역을 중심으로 지지세가 적지 않다. 김성조, 김재원, 이명규 의원 등이 강 대표를 위?몸을 아끼지 않는다.
아직 외곽 조직을 꾸리지는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외부에 사무실을 두고 언제든 대선행보에 불을 붙일 채비를 갖춰두고 있다. "아직 본 게임도 시작하지 않았다"며 내년 3월 원내대표직 퇴임 이후를 기약하고 있다.
정국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의견을 교환하는 자문교수단으로는 최동규 한양대 겸임교수, 김성호 아이오와대 객원교수 등이 꼽힌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손학규 - 원외참모·교수 맨파워 좋아
손학규 경기지사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원내조직과 달리 원외 참모나 대학교수 등 자문그룹은 맨 파워도 좋고 알찬 편이다.
참모조직으로 크게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대표, 이수영 경기영어문화원장, 신현태 전 의원 등 경기고 선후배 등으로 구성된 시니어 그룹과 정성운 경기지방공사 감사 등 서강대 교수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제자그룹, 그리고 김성식 정무부지사,이수원 공보관, 박종선 정책특보 등 보좌그룹으로 나뉜다.
당내 인맥으로는 10ㆍ26 재선거에서 당선된 정진섭 임해규 의원 등이 꼽힌다. 박종희 전 의원과 김용수 경기도경제인연합회 사무처장도 당내 지원 세력이다. 여기에 자문교수는 30명이 넘는다.
이중 보좌그룹은 대선을 겨냥해 영입한 40대 참모들로 구성돼, 손 지사의 정치적 행보와 일정을 꼼꼼히 챙긴다. 이들이 도의 공조직에 흡수돼 있는 것은 이명박 서울시장 캠프와 유사하다. 손 지사는 매주 각 그룹별로 2명 안팎이 참여하는 7~8명 규모의 참모회의를 주재하며 팀워크를 맞추고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 이명박 - 자문교수들만 수백여명
이명박 서울시장 주변 인사들은 대부분 이 시장의 정계 진출(1992년) 이후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당료 출신인 이춘식 전 정무부시장이 정무쪽을 총괄하고 있고 친형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박영준 정무팀장, 강승규 홍보기획관, 조해진 보좌관이 서울시 조직 내로 들어와 이 시장을 돕고 있다. 강만수 전 재경부 차관이 최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임명돼 캠프에 합류했다.
한나라당엔 홍준표 이재오 정두언 의원 등이 이 시장의 측근을 자처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에 비해선 당내 기반이 아직 넓지 못하다.
학계는 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대학원 교수가 관리하고 있는데 자문교수가 수 백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역별 책임자도 선임됐다는 전언이다.
이들 교수는 분야별, 사안별로 수시 모임을 갖고 정책 비전과 아젠다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서울대 유우익, 고려대 곽승준, 단국대 강명헌, 김우상 연세대 교수 등이 이 시장과 특히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정동영 - 나라비전연구소가 싱크탱크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싱크탱크는 나라비전연구소가 중심이 된다. 25~26일 경기도 용인에서 회원 300여명이 참석, 결속을 다졌으며 그 동안에도 한 달에 두 세 차례씩 비공식적인 토론회도 개최하고 있다.
2003년 초 출범당시 남궁석 국회 사무총장이 연구소 이사장을 맡았고, 올 8월 정 장관이 박명광 우리당 의원을 공동이사장으로 영입했다. 박 의원은 경제학박사로 경희대 부총장 출신이다.
연구소 소장인 권만학 경희대 국제경영대 교수는 정 장관의 대학동기이자 친구로 2002년 대선후보 경선 때도 브레인 역할을 했다. 권 교수는 자문그룹 학자들의 대표격이다. 김관옥 계명대 정외과 교수도 토론회에 적극 참여하는 등 십 수명의 교수가 자문그룹에 속해 있다. 미 라이스대 경제학과 교수인 채수찬 의원은 주로 경제ㆍ외교분야 자문을 한다.
정무적으로는 원내 '바른정치모임' 회장인 이강래 의원을 비롯 김한길 최규식 민병두 박영선 의원 등의 도움을 받는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이해찬 - 5選 거치며 보좌관이 자산
이해찬 국무총리는 아직 특별한 자문그룹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원내에도 딱히 '이해찬 사람'이라고 할 만한 의원도 없다.
그러나 의원 5선, 교육부 장관, 서울시 부시장, 총리 등을 거치며 형성한 인맥이 비록 느슨하지만, 만만찮다. 우선 20년 가까운 의정활동 동안 길러내 보좌관들이 자산이다. 정태호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이강진 총리실 공보수석, 정홍식 환경사회정책연구소 소장 등이 그들. 유시민 의원도 보좌관 출신이다.
이기우 총리 비서실장, 임재오 총리실 정무수석은 각각 교육부와 서울시에서 이 총리와 호흡을 맞춘 공무원들이다. 학계에서는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꼽힌다.
이밖에 이 총리가 인사 추천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조영택 국무조정실장, 정윤재 황창화 김희갑 등 총리실의 '재야 386' 비서관도 언제든 지원세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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