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적인 원색으로 20세기 미술계에 색채혁명을 일으킨 거장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를 비롯, 야수파(Fauvism) 작가 20여명의 작품이 마침내 국내관객에 선을 보인다. 이번 주말(12월3일) 개막, 내년 3월5일까지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에서다.
야수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마티스와 함께 앙드레 드렝과 모리스 드 플라맹크, 키스 반 동겐, 장 푸이, 앙리 망겐 등 야수파 작가들의 대표작을 총체적으로 아우른다.
야수파 주요 소장처인 파리 퐁피두센터 근대미술관, 파리시립미술관, 니스 마티스미술관, 프로방스의 생트로페 아망시아드 미술관과 스위스 조르주 루오재단, 네덜란드 트리튼재단 등 전 세계 25곳에서 작품들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모은 작품들은 마티스 작품이 33점, 나머지 작가 작품이 각각 3~9점으로 총 121점에 달한다. 야수파라는 이름으로 세계 미술사에 오른 작가들 20명을 총망라한 작품들을 한 곳에 모은 이 같은 전시회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없다.
특히 마티스는 20세기 현대미술의 지평을 연 화가로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거장. 지난 세기말 프랑스 조사에서 고흐, 고갱과 함께 역사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화가로 꼽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그의 그림이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마티스 작품은 야수주의 시기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그의 전 시기 작품을 두루 모았다. ‘색채의 마술사’로서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주는 유화가 11점, 판화 20점, 드로잉과 목판화가 각 1점씩 왔다.
마티스는 색채를 다루는 솜씨 뿐 아니라 뛰어난 선묘가이기도 했다. 주로 1920년대 만들어진 판화와 드로잉은 선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번에 전시되는 그의 작품 가운데 1919년작 ‘희고 노란 옷을 입고 책 읽는 여인’은 최근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975만 달러(한화 1백억원 상당)에 팔렸다.
야수주의 시기가 지난 후 그려진 그림이지만 노랑, 빨강, 파랑, 주황 등 파격적인 원색을 종횡으로 하폭에 구사한 전형적인 야수파 스타일 작품이다.
키스 반 동겐의 ‘라플라자에서, 난간에 있는 여인들’도 야수파의 전형을 보여준다. 여인을 얼굴을 노랗게 칠하고 난간에 걸쳐진 팔이 부자연스럽게 표현된 이 작품도 500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그림이다.
이외에 색채 파괴와 함께 명암과 양감까지도 파기한 플라맹크의 ‘정물화’, 거친 붓놀림과 원시적인 강렬함을 추구했던 드렝의 ‘샤??의 다리’ 등도 야수파의 대표작들답게 현란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던진다.
세계 곳곳의 미술관을 직접 방문해 작품을 수집해온 전시 커미셔너 서순주씨는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10여년 전 한국의 한 미술관과 신용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사례를 들어 앞으로 한국측에는 어떤 작품도 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 아쉽게도 마티스의 작품들을 더 가져오지 못했다”며 “그러나 대신 색채 혁명가들의 다채로운 유화를 최대한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티스가 남긴 4점의 판화 가운데 하나인 실크스크린 작품 ‘오세아니아, 바다’ 등 야수파의 걸작들이 망라된 이 전시회를 통해 그들의 불꽃 같은 예술정신을 유감없이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경제가 창간 45주년을 맞아 주최하고 한국일보와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열리는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전은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삼성 테스코 이승한 사장, 탤런트 김미숙 유준상씨 등이 홍보대사로 나서 직접 관람객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갖는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ㆍ일과 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 (02)2124-8800.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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