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와 이집트 국경지대에 위치한 라파 검문소의 통제권이 26일 38년 만에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 이양됐다.
라파 검문소는 팔레스타인과 이집트를 잇는 유일한 통로로 1978년 이스라엘이 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시나이 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주면서 설치했다.
이로써 팔레스타인은 자치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의 통제없이 외국과 무역 및 인적 교류를 하게 됐다.
이스라엘은 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가자 지구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협정을 맺은 후 길이 40km, 평균 너비 8km의 이 지역을 철조망과 장벽으로 둘러버렸다.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테러리스트를 막는다는 명분이었으나 가자 지구는 거대한 감옥이 된 셈이었다. 18~45세의 가자 지구 주민들은 라파 검문소를 통과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과 평화 공존을 표방한 아리엘 샤론 정권은 이 달 중순 중동을 방문한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중재를 받아들여 통과객이 유럽연합(EU) 감시단의 감시를 받는 조건으로 검문소의 통제권을 팔레스타인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개방 첫날 검문소에는 ‘평화의 통로’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이집트에 사는 친지를 만나기 위해 밤을 새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앞 다투어 보안요원에게 여권을 내미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EU 감시단은 이날 1,587명의 양국 주민들이 검문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집트 당국은 우선 하루에 4시간씩 검문소를 개방한 후 차차 통과 허용시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자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담당 대표, 아흐마드 아부 알-게이트 이집트 외무장관 등은 라파 국경통과소 개방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정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 당국은 12월부터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간에 버스통행에 합의했고, 내년 1월부터는 화물차량의 통행도 허가할 예정이다.
또 가자 지구에 무역항 건설과 국제공항 재개항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구 130만 명의 가자 지구 경제에 자생력을 불어넣게 할 방침이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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