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구속된 거물급 브로커 윤모(54)씨의 수첩에 등장하는 로비 대상은 누구일까.
윤씨가 작성한 ‘살생부’에 법조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벌써부터 전직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윤씨가 전남 보성 출신인데다 전남 구례에서 호텔사업을 해온 점 등 때문에 호남 인맥들이 중심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윤씨가 ‘마당발’임을 보여주는 사례가 속속 들려온다. 한 검찰간부의 환갑잔치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가 하면, 유력인사가 상(喪)을 당했을 때는 제일 먼저 찾아가 빈소 마련부터 발인까지 전과정을 처리해주고 조의금도 5,000만원을 건넸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상가(喪家)에서 한 번 만났는데도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화력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윤씨를 조사했던 검사에 따르면 윤씨는 군에서 감사패도 많이 받았다.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영장 발부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윤씨는 입을 굳게 닫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검찰은 윤씨의 계좌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윤씨가 강원랜드에서 사용한 83억원의 출처를 일부 확인, 입ㆍ출금 계좌의 예금주를 이번 주부터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다른 사람 명의 계좌 10여개도 입수해 돈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윤씨가 도피 행각을 벌이는 동안의 통화내역을 조회해 수사 무마 청탁을 했는지, 검ㆍ경 인사가 수사 내용을 알려줬는지 등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윤씨가 법조 브로커로 활동하기 전에 군 공사를 수주하며 자금을 모았다는 첩보를 확보, 군납 비리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수사가 확대됨에 따라 검찰은 검사 1명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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