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가 190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개발한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 ‘콩코드’는 한때 유럽의 자존심으로 불렸다고 한다. 소리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대서양 횡단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명에 불과한 탑승인원과 음속 돌파 때 발생하는 소음, 비싼 요금 때문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게 되었고, 결국 2003년 운항이 중단됐다.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는 ‘실패 박물관’이 있다. 무연 담배 프리미어, 무색 콜라 크리스털 펩시, 스프레이식 치약 닥터 케어 등 제조사로서는 샘플조차 보관하고 싶지 않을 악몽 같은 실패 상품이 7만여 점이나 빽빽이 진열돼 있다. 이 제품들은 품질면에서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 두 사례는 모두 147/805 법칙을 넘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당한 전형적인 경우이다. 147/805 법칙이란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147번의 실패를,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하기까지 805번의 실패를 거듭했다는 의미로 연구ㆍ개발(R&D) 결과가 시장에 진출하기까지의 험난함을 잘 말해 준다.
●연구넘어 제품화 시험무대
시장의 요구를 읽어내 제품으로 가장 잘 연결시키는 나라가 독일이다. 467개 직종 1만2,000 종류의 마이스터(장인)들은 과학을 기술로 승화화기 위해 실용화ㆍ제품화에 주력했고, 이러한 노력은 독일을 기초과학 강국에서 세계 최대의 수출국가로 발돋움하게 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2003년 현재 세계 1위 상품을 795개나 보유한 명실상부한 기술 강국이다.
일본 역시 팔리는 제품을 잘 만드는 나라이다. 최근에는 R&D 결과의 제품화 성공률을 더욱 높이기 위하여 ‘시즈(seeds) 이노베이션’이라는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시작된 ‘미래 성장동력 연구 성과 전시회’(26일까지)는 향후 R&D의 성과가 제품화로 성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무대가 되고 있어 의미가 크다.
기존 전시회가 각 부처의 개별 연구사업 중심으로 진행된 반면 이번 행사는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프론티어 사업, 대형 실용화 사업 등 우리의 10년 후 먹거리를 창출할 총 13개 부처의 성장동력 사업을 망라하고 있다.
또한 연구가 끝난 뒤 그 결과물을 단순 전시하는 관행을 탈피하여 연구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그 동안의 연구 결과물 및 향후 개발할 연구 성과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을 평가위원으로 모시고 진행하는 일종의 중간 점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모든 전시품을 일반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복제 개 ‘스너피’의 체세포 핵 이식 과정의 시연과 방문객들의 혈액으로 DNA 목걸이를 만들어 주는 행사가 좋은 예이다. 관람객들의 관심과 질문이 기업들에게는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하는 데 값진 정보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국가적 역점사업의 개발 동향과 그 수준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향후 어떤 분야의 R&D에 집중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장기적 안목 갖춘 행사돼야
미국은 국민의 과학적 소양 제고를 위한 ‘프로젝트 2061’을 1985년에 시작해 핼리 혜성이 다시 돌아오는 2061년에 끝내는 장기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전시회를 일회성 행사로만 끝내지 말고 좀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를 넘어 제품화로 가는 중간 점검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147/805 법칙을 넘어 온 국민이 과학을 즐기고 꿈과 희망을 나누는 축제의 한 마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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