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들 삶의 부침과는 관계 없이 언제나 큰 울림을 전한다. 위대한 인물들의 삶을 두툼한 분량에 담아 생생하게 재현한 전기 2종이 나왔다.
천재-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 제임스 글릭 지음ㆍ황혁기 옮김 / 승산 발행ㆍ2만8,000원
■‘천재-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은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1918~1988)의 삶을 담고 있다.
파인만은 1965년 양자전기역학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양자론의 개척자로 평가 받는다. 연구실 밖에서는 봉고를 연주하고 강단에서는 튀는 강의로 학생을 사로 잡았던 괴짜 천재 물리학자로의 그의 삶은 이미 번역 소개된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나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즈 기자 출신으로 ‘카오스’ 등 과학과 기술 관련 책을 저술해온 제임스 글릭은 789쪽에 걸쳐 자유분방하게 살다간 천재의 범상치 않은 삶을 되살려낸다. 파인만의 가족을 비롯하여 동료와 제자 등 주변 인물을 직접 만나 취재하고, 파인만이 남긴 방대한 양의 대담 테이프와 자료를 검토해 완성했다.
저자는 뉴턴, 아인슈타인 등의 삶과 비교하며 어떻게 파인만의 천재성이 이루어졌는지를 찾아간다. 책은 파인만이 인생을 유쾌하게 살다간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라는 평면적인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과정에서 수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었고, 원자폭탄 개발이후 우울증에 빠지거나 첫 번째 아내의 죽음 앞에 괴로워 하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까지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파인만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1920년대 미국 유대인들의 생활상과 1930년대 MIT학생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고, 원폭실험이 이루어진 로스앨로모스의 풍경과 우주왕복선 폭발 사고에 얽힌 뒷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다.
■ 새클턴 평전 / 롤랜드 헌트포드 지음ㆍ최종옥 옮김/뜨인돌 발행ㆍ3만원
어니스트 섀클턴(1874~1922)은 아문센, 스콧과 치열한 남극탐험 경쟁을 벌인 인물로 미국과 유럽에서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탐험가이자 지도자로 평가 받고 있다.
1999년 영국 BBC가 선정한 지난 1,000년 동안의 최고의 탐험가 10인 중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제임스 쿡, 닐 암스트롱, 마르코포로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이름을 올린 그는 ‘성공’보다는 ‘위대한 실패’로 더 유명하다.
1914년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대원 27명과 남극정복에 나선 섀클턴은 남극 웨들해 부빙(浮氷)에 갇힌다. 살인적인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1916년 모든 대원들을 구출해 영국으로 돌아와 영웅이 된다. 비록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악전고투를 겪으며 전원 생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섀클턴은 현대 지도자가 갖춰야 할 진정한 리더 십의 귀감으로 여겨지고 있다.
영국 옵서버지 기자 출신의 전기작가 롤랜드 헌트포드의 ‘섀클턴 평전’은 섀클턴의 영웅적인 탐험행로와 그의 리더십의 핵심도 전달한다. 무엇보다 5개월 이상 얼음 위에서 생활한 뒤 보름간의 사투 끝에 파도와 폭풍을 뚫고 무인도에 도착하는 과정 등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책은 마지막 탐험 시대로 불리던 20세기 초엽 유럽의 풍경과 함께 특히 섀클턴과 아문센, 스콧의 인간적인 관계도 여과 없이 담아내 흥미를 끈다. 스콧은 섀클턴에게 자신이 먼저 탐험했던 경로를 통해 남극 대륙에 상륙하지 말라고 요구할 정도로 강한 적대심을 드러낸 반면, 아문센은 시종일관 선의의 경쟁자로 남았다고 책은 전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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