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 꼭 독후감을 쓰라고 한다.” “책 내용을 자꾸만 물어보고 모르면 혼낸다.” “엄마는 놀면서 우리들한테만 책 읽으라고 한다.” “관심 없는 분야나 우리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읽으라고 한다.”
아이들이 말하는 책 읽기 싫은 이유입니다. 독후감을 쓰게 하고 책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책을 읽으면 뭔가를 알아야 한다는 욕심 때문은 아닐까요.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어느 고등학교 사서교사의 경험담입니다. 도서실을 열었더니 학생들이 많이 오는 것은 기쁜데 그렇게 떠들더랍니다. 도서실 이용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주의를 주고 야단도 치다가 마침내 생각을 바꿨다는군요.
늘 공부와 규율에 매이는 학생들에게 도서실만이라도 해방공간으로 만들어주어야겠다고 말입니다. 그곳에서는 성적에 관계없이 각자 개성과 취향에 맞게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도록 해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차츰 읽기에 몰두하자 저절로 조용해지더랍니다.
독후감이나 내용 확인 대신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독서기록장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책제목, 저자, 출판사, 페이지 수와 같은 서지사항과 함께 읽기 시작한 날, 다 읽은 날, 끝까지 읽었는지, 못 읽었으면 그 이유, 소감은 재미의 정도를 상중하 정도로만 나누어 기록합니다.
지속적으로 기록하다보면 아이의 독서생활을 파악할 수 있답니다. 책의 내용에 관련된 것으로는 독서수준, 관심 있는 주제와 아이가 선호하는 책의 서술방식, 즉 비문학류의 지식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좋아하는지, 이야기로 버무린 것을 더 좋아하는지 등이 있지요.
또 읽는 속도와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다른 책을 읽는지, 여러 책을 동시에 읽어나가는지, 이 책 저 책 집적거리기만 하고 못 끝내는지 등 독서습관도 알 수 있습니다. 아이의 독서생활을 관찰하고 판단한 후에 적절한 지도를 할 수 있으니 실천해보기를 권합니다.
만약 독후감과 내용 확인이 꼭 필요한데 아이가 버거워하면 먼저 이야기를 많이 시켜봅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줄거리와 인물에 대한 묘사나 느낌을 좋다, 재미있다, 지루하다처럼 뭉뚱그려 한 마디로 대답하지 않나요? 그러면 다각적으로 질문을 던져 생각을 유도한 후에 그것을 같이 정리하고 쓰도록 합니다.
단, 엄마도 읽어 그 책에 대해 여러모로 판단할 수 있어야겠지요. 처음에는 오랜만에 대하는 어린이책이 낯설 수도 있지만 점차 아이들보다 더 좋아하며 읽는 어른을 많이 보았답니다.
이렇게 하면 자기는 놀면서 애들에게만 독서를 강요하고 점검하는 엄마가 아니라 책을 매개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엄마가 되지 않을까요? 엄마 노릇은 가르치고 이끌고 훈육하는 것보다 오히려 다시 한 번 어린 날로 돌아가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뒤늦게 해봅니다.
책 칼럼니스트 강은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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