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건 아빠 휴대폰인데…”
23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폰을 가져왔다 부정행위자로 적발된 A(18ㆍ고3)군의 딱한 사연이 화제다.
광주 모 시험장에서 1교시 언어 영역 시험을 보던 A군은 의자 등받이에 걸어놓은 겉옷 주머니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자 화들짝 놀랐다. 주위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순간, A군은 아침의 일들이 머리를 스쳤다.
시험장으로 가기 위해 잔뜩 긴장한 채 아파트를 나서던 A군은 아버지의 휴대폰을 빌려 어머니에게 “실내화 좀 갖다 달라”고 통화한 뒤 당시 자신이 입고 있던 형의 겉옷 주머니에 무심코 집어넣었다.
아버지 차를 타고 시험장에 온 A군은 자신의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온 터라 시험감독관의 반납 요구를 흘려 들었다. 1교시가 시작될 때쯤 아버지는 자신의 휴대폰이 없어진 것을 알고 찾기 위해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시험을 보던 A군의 휴대폰이 울리고 만 것이다.
시험감독관은 A군을 일단 휴대폰 소지에 따른 부정행위자로 적발한 뒤 시험은 전 과목 다 볼 수 있게 했다. 휴대폰 수거 바구니가 고사장 관리본부로 보내지기 전인데다 부정행위의 의도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광주시교육청에 보고할 때도 이런 사정을 함께 알렸다.
하지만 ‘휴대폰을 소지한 채 시험을 보면 무조건 부정행위로 간주한다’는 규정에 따라 시교육청은 휴대폰 소지 사실을 교육인적자원부에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산하 수능부정행위심의위원회에서 부정행위로 판정하면 A군의 올 수능성적은 무효가 되고 내년에도 수능을 볼 수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수험생까지 부정행위로 보는 것은 문제가 크고, 처벌도 너무 가혹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경기 안양시의 한 시험장에서는 부정행위를 막는다는 이유로 휴대가능 물품으로 알려진 아날로그 시계까지 회수하는 바람에 시간 안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수험생들의 불만과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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