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 신임 검찰총장이 그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면서 취임했다. 그는 솔개가 오래 살아 몸이 무거워지면 부리를 돌에 쪼아 벼른 뒤 늙은 발톱과 깃털을 뽑아내고 다시 하늘높이 나는 예를 들어 검찰의 주체적 혁신의지를 다짐했다.
그의 말대로 격동과 혼란 속에 낡은 의식과 제도를 모두 바꾸는 벅찬 개혁과제를 안은 검찰의 처지에 비춰 훌륭한 비유다. 그만큼 겸허한 성찰과 굳센 각오가 어울린 취임사로 들을 만 하다.
그러나 시대적 코드인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는 인식에 공감하면서도, 그 것이 검찰의 가장 긴요한 과제인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물론 인권과 정의의 이상을 함께 이루는 개혁은 소홀할 수 없다.
다만 전임 총장의 사퇴에 이른 지휘권 논란과 같은 격동과 혼란을 혁신의지만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지가 문제다. 국민이 정 총장에게 유별난 관심을 갖는 것도 지휘권 파동에서 적나라하게 목격한 권력과 검찰의 갈등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하기 때문이다.
정 총장은 정치적 중립을 다짐하면서도 조직 안팎으로 열린 의사 소통을 강조했다. 취임을 앞두고는 균형감각과 중용이 법조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검찰 안팎의 엇갈린 이해를 지혜롭게 조정할 것이란 기대 못지않게, 검찰과 사회를 뒤흔드는 격동에도 균형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갖는 이유다.
우리는 정 총장과 검찰이 개혁과제를 돌볼 겨를조차 없는 정치사회적 격동기를 앞두고 있다고 본다. 거기에 도사린 숱한 갈등은 강정구 교수 사건이나 도청 사건 등이 보여주듯이 법 원칙은 물론이고 이성이나 상식과도 거리 먼 양상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는 유연한 소통과 중용보다 고집스레 원칙과 바른 길을 좇는 것이 진정한 지혜이고 최고의 덕목일 수 있음을 늘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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