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부산에서 열린 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최근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비난여론을 자초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이면서도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고이즈미 총리는 기가 죽어서인지 ‘안전하고 투명한 아태 지역’을 주제로 2시간 동안 진행된 2차 정상회의 때 거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발언을 하지 않은 분이 있다’고 말한 뒤에야 고이즈미 총리가 벨을 눌러 끝에서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았으나 1~2분간 발언에 그쳤고 중요한 내용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경주의 한미정상회담에선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 LPGA에서 맹활약하는 한국 여성 골퍼들의 놀라운 성적에 대해 언급했다. 이 대화를 계기 삼아 노 대통령이 미국비자 발급을 원활히 해달라고 요구하자, 부시 대통령은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말해놓았다고 답했고 라이스 장관은 최우선순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정상회담 직후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내외가 불국사를 함께 방문한 것은 부시 대통령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은 “부시 대통령측이 ‘고도(古都)를 방문하고 싶다’며 불국사 방문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할 때 두루마기를 입은 것은 노 대통령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이 “도포는 소매가 너무 넓어서 불편할 것이니 두루마기가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냄에 따라 실무진들은 두루마기, 배자(짧은 조끼 모양의 의복), 도포 등 3가지 가운데 두루마기를 택했다.
정상들 내외가 참석한 만찬에서 김치는 큰 인기를 끌었다. 당초 외국 정상들의 입맛을 감안해 백김치를 올리려다 김치의 본맛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매운 김치를 제공했는데 대부분 참석자들이 매운 김치를 잘 먹었다고 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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