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의 1,000억원대 시스템통합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설계도 등 내부 입찰정보가 한 대기업으로 빼돌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공항공사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서도 은폐한 뒤 입찰을 계속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입찰자료가 재유출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5일 공항공사의 대형사업 입찰과 관련된 자료를 유출한 혐의(인천국제공항공사법 위반 등)로 공항공사 용역업체 직원 김모(40)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대기업 G사의 계열사 직원 유모(37)씨와 K사 직원 최모(45)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자료유출에 가담한 K사의 협력업체 대표와 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자료가 유출된 것을 알면서 은폐한 뒤 아는 사람에게 자료를 재유출한 공항공사 직원 문모(43)씨 등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6월 9~13일 함께 근무하는 직원 명의로 공항공사 내부 전자문서결재시스템에 몰래 접속, 올해 하반기 공고 예정인 1,421억원 규모의 경비보안, 공항통신, 공항정보 시스템 구축사업의 입찰자료가 담긴 파일 250개를 내려 받아 이를 CD에 담은 뒤 평소 알고 지내던 유씨에게 넘긴 혐의다. 김씨가 빼돌린 파일엔 설계도면, 평가기준, 예산내역서 등이 들어 있다.
유씨는 이를 다시 공항공사 입찰을 준비하고 있던 K사의 시스템통합팀장 최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등 K사 직원들은 불법 유출된 문서를 바탕으로 8월말께 입찰제안서를 공항공사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공항공사 직원 문씨 등 2명은 7월 중순께 입찰관련 자료가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았으면서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부서 내 팀장과 자체회의를 연 뒤 은폐했으며, 이를 지인에게 다시 유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 비밀자료가 담긴 CD가 유출되면서 금전이나 향응이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문서관리 부서 직원들이 입찰관련 자료가 유출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려 했고, 응찰 대기업 직원은 불법 유출 문서임을 알면서도 이를 토대로 버젓이 사업제안서를 만든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항공사는 이날 경찰 발표와 관련해 “CD로 유출된 내용이 어차피 공개될 예정이었던 제안요청서와 시방서 등이어서 입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해 입찰을 계속 진행했다”며 “재입찰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항공사는 2008년까지 총 5조원을 투입하는 2단계 시스템통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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