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출범한 뒤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 향상에 크게 기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25일로 4주년을 맞는다.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31일 현재 총 1만7,529건에 이른다. 진정 내용 조사를 토대로 인권위가 국가기관 등에 내린 사형제ㆍ국가보안법 폐지, 초등학교 일기 검사 개선 등 권고는 강제력은 없지만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정부기관들은 진정사건 관련 인권위 권고 100건 가운데 63건에 대해 수용의사를 밝혔다.
인권위는 또 육군훈련소 인분취식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담당 경찰관 수사의뢰 등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인권위가 공권력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기관에 권고한 건수는 322건으로 이 중 242건(75%)이 수용됐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의 차별관행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해 왔다. 그 결과 호주제 폐지 의견 표명, 장애인 등에 대한 청계천 이동권 보장 권고 등의 성과를 낳았다. 차별개선 관련 권고 115건 중 수용된 사건은 74건(64%)이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는 국ㆍ내외 인권관련 단체와의 교류, 인권영화ㆍ잡지 제작 등 교육ㆍ홍보 활동을 통해 인권의 관점에서 각종 정책과 법령 등이 제정되도록 했고, 국민의 인권 마인드 향상에도 기여했다”며 “2002년부터 준비해 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이 이 달 말 완성되면 우리나라 인권 수준은 한단계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인권위에 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영도 전 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3월 23일 중도하차 했다. 인권침해 조사국장도 지난달 한 골프 관련 잡지에 음주골프를 예찬하는 글을 써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인권위가 무능력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관계자는 “인권위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된 외국인들의 진정에 늑장 대응을 했다”며 “긴급구제 기구인 인권위의 진정사건 처리 속도가 전반적으로 너무 늦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도 “올 초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관련된 인권위의 의견 표명은 늦어도 지난해말 나왔어야 하는데 정치권의 눈치를 보다가 늦어졌다”며 “원칙을 세우고 외압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아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일부에서는 인권위가 북한인권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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