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맡기는 ‘탁란’(托卵) 습성을 지닌 대표적인 새다. 인간사회에 비춰보면 얄밉기 그지 없는 ‘탁란’을 둘러싸고 뻐꾸기와 숙주새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벌이는 치열한 생존 경쟁은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EBS는 25일 밤 11시5분 청년 학자들의 눈을 통해 새들의 생태를 탐구한 2부작 HD다큐멘터리 ‘생명의 비밀을 캐는 젊은이들’(연출 임완호)의 1편 ‘작은 악마, 뻐꾸기를 위한 변명’에서 탁란의 순간부터 뻐꾸기 새끼가 독립하기까지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 보여준다.
캐나다 마니토바대학 동물생태학 박사과정에 있는 신혼부부 장병순-이윤경씨는 뻐꾸기 탁란의 비밀을 밝히는 외길을 함께 걷고 있다. 여름철새인 뻐꾸기가 날아드는 5월 초, 양수리에 진을 친 부부는 그물 치는 일부터 했다. 암컷 뻐꾸기에게 추적장치를 달기 위해서다.
뻐꾸기가 알을 맡기는 숙주새는 지역마다 다른데, 우리나라의 경우 흔히 뱁새라고 불리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그 대상이다. 부부와 동행한 제작진은 추적장치를 이용해 뻐꾸기가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탁란하는 순간(사진)을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뻐꾸기는 숙주새를 속이기 위해 둥지 속 알을 하나 집어내고 자신의 알을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촬영 결과 2개의 알을 제거하는 광경이 포착됐다.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알을 많이 제거해 자신의 알 부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일 것으로 추정된다.
붉은머리오목눈이라고 마냥 당하고 있지는 않는다. 뻐꾸기 알을 구별해 내 둥지 밖으로 밀어내기도 하는데, 흰색과 파란색 두 가지 알을 낳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독특한 산란행위도 탁란에 방어하는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장씨 부부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가짜 뻐꾸기 알을 넣어 반응을 살피는 실험 등을 통해 뻐꾸기의 집요한 탁란 전략과 숙주새의 방어 전략이 갈등하며 각기 진화를 거듭하는 이른바 ‘공진화’ 관계의 비밀도 탐구한다.
12월2일 방송되는 2편 ‘천수만 모래섬, 그 생태기록’에서는 남극 세종기지 하계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훈(경희대 생물학과 박사과정 수료)씨가 국내 최대의 겨울철새 도래지인 천수만 간월호 모래섬에서 쇠제비갈매기 번식 전략을 탐구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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