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문화관.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쌀쌀한 초겨울 바람도 아랑곳않고 청계천변 이곳저곳을 거닐고 있다.
이들은 3박4일간의 서울여행 마지막 일정으로 ‘청계천 도보관광코스’ 를 찾은 6명의 일본인 관광객들. 기후(岐阜)현 교육위원회 직원들이다.
이들은 첫 코스인 마장동 청계천문화관에서부터 가이드 박승애(40)씨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청계천문화관 전시물인 조선시대 청계천 준천 모형, 메탄가스로 가득찼던 복원 이전 청계천의 내부, 고가도로 교각의 해체 모형 등 역동적인 청계천사를 목도하자 이들은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관광객들의 공통된 질문은 어떻게 복잡한 도심의 대공사를 2년3개월만에 마칠 수 있었냐 하는 점이었다.
기토 요시모리(鬼頭善德ㆍ60ㆍ기후현 교육장)씨는 “고가도로가 아무리 위험하고 낡았다 해도 이를 고쳐 쓰지, 완전히 뜯어내고 인공하천으로 만든다는 것은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할 발상”이라며 “청계천 복원이 비록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한국인들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업”이라고 평했다.
이들은 또 경제발전에 집중하던 한국이 문화ㆍ환경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청계천 물이 자연적으로 흐르는 것이냐 끌어온 것이냐” “청계천의 물고기는 혹시 방류한 것 아니냐”라고 연신 질문을 던지던 야스다 게이치로(安田圭一郞ㆍ42)씨는 “청계천 복원을 통해 한국인들의 높아진 환경적 감수성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릉천과 청계천의 합수를 상징하는 두물다리의 자태가 인상적이었다는 다니구치 마리코(谷口眞里子ㆍ36)씨는 “10여년 전부터 기후현 주민들은 합성세제 사용도 줄이고 자발적으로 천변 청소에 나서는 등 동네 주변 소하천 가꾸기를 생활화하고 있다”며 “청계천 복원 성공이 지천 복원ㆍ보존 사업의 활성화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시작된 청계천 도보관광코스는 81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영ㆍ일ㆍ중국어로 외국인들을 안내하는 프로그램이다.
청계광장~광통교~오간수교(2.7㎞)를 연결하는 상류코스와, 청계문화관~비우당교~오간수교(2.6㎞)를 잇는 하류코스가 하루 3차례 운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코스를 이용한 외국인들은 35팀 357명에 이른다.
경복궁, 인사동, 종묘, 북촌 등 기존 서울시가 운영해온 도보관광코스가 서울의 역사를 소재로 한 것이라면, 청계천 도보관광코스는 자연과 인공의 조화, 생태와 문명의 조화 등 미래적 가치를 주제로 한 관광상품인 셈이다.
가이드 정영희(58ㆍ일본어)씨는 “복원된 청계천을 구경하며 외국인들은 ‘한강의 기적’ 을 이야기하곤 한다”며 “도시문명(상류)과 자연생태(하류)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함도 관광객들을 발길을 붙드는 청계천의 매력” 이라고 말했다.
보완할 점도 지적된다. 가이드 김현학(44ㆍ영어)씨는 “수표교, 호안석축 등 청계천의 유물ㆍ유적의 복원이 미흡해 종묘, 창경궁, 북촌 같은 곳에 비해 과거 역사에 대해 설명하기 다소 어렵다”며 “청계천 복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경 서울시 관광사업개발팀장은 “청계천을 단순한 인공하천 정도로 생각하고 구경 왔던 외국인들은 청계천이 도시 기능을 혁신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하곤 한다”며 “청계천과 인사동, 북촌, 경복궁 등을 연계해 순환할 수 있는 도보관광코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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