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 야구의 본고장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투수 최향남(기아ㆍ34)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을까.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중평이지만 그의 풍운아 기질이 자율야구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발현될 수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최향남은 23일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스카우트인 제이슨 리(이승준)와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 입단계약에 서명했다. 국내프로야구 출신으로는 LG출신의 이상훈(전 보스턴 레드삭스)과 한화출신의 구대성(뉴욕 메츠)에 이어 3번째 미국진출이다.
계약조건은 계약금을 포함해 연봉 10만달러다. 초라하지만 그래도 올 시즌 연봉(7,000만원)보다 많다. 최향남은 클리블랜드 트리플A팀인 버팔로 비슨스에서 내년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특히 내년 초 클리블랜드 스프링캠프에도 초청돼 스프링캠프 성적여하에 따라 평생 동경해왔던 빅리그로 승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모하다는 평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오기로 이룬 미국진출이었다. 최향남은 부인 최성미(28)씨와 마해영 양준혁 등 친한 선수들의 만류에도 올 2월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 인근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그러나 어떤 구단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지 못하고 지난 5월 귀국후 겨우 기아에 둥지를 틀었다. 올 시즌에도 12경기에 2승5패, 방어율 4.10을 기록했지만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사를 밝혔고 결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신분조회 요청을 받고 미국행 꿈을 이뤘다.
미국진출의 꿈을 이뤘지만 국내프로야구에서도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한 최향남의 성공여부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목포 영흥고를 졸업하고 90년 기아에 입단한 그는 7년간 고작 43경기에 출장, 1승6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그나마 프로 최고성적은 LG시절인 98년에 이룬 12승(12패).
그러나 불펜에서의 빼어난 구질과는 달리 심리적인 문제로 마운드에만 서면 작아져 ‘불펜의 선동열’이라 불렸던 그가 분위기가 자유로운 LG로 이적한 후 기량을 꽃피웠던 것처럼 자율야구의 미국무대에서 숨은 능력까지 발휘해 성공할지도 모른다. 유남호 전 기아 감독으로부터 ‘정신세계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내 구질과 체력을 여전히 믿는다”며 미국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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