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첫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51)이 이끄는 대연정이 22일 공식 출범했다.
독일 연방하원은 이날 찬성 397표, 반대 202표, 기권 12표로 메르켈 기민당 당수를 제8대 총리로 선출했다. 총선 득표 1위인 중도보수 기민당과 2위인 중도좌파 사민당이 연합한 대연정은 1966년 첫번째 대연정이래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39년 만에 처음이다.
메르켈 총리와 각료들은 이날 취임선서를 하고 7년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끌어온 사민당-녹색당 연정을 이양 받았지만 앞길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사방이 경쟁자와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
최초의 여성이자 동독출신 총리라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닻을 올린 메르켈호(號)지만 처음부터 격랑을 헤쳐나가야 하는 형국이다.
메르켈 총리는 우선 노선이 다른 연정 참여 정당과의 이해관계를 조절해야 하면서도 운영의 묘를 살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내각 14개 부처 중 8개 장관직을 사민당이 쥐고 있다.
부총리는 전 사민당 당수 프란츠 뮌터페링이다. 외무장관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며 경색된 대미관계를 주도해온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다. 대미 관계회복을 공약으로 내걸어온 메르켈 총리로서는 그가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개혁작업의 주무부처인 재무ㆍ노동 등도 사민당 각료가 장악하고 있다.
총리선출과정에서도 양당의 의석 합계인 448표보다 훨씬 적은 표를 얻어 사민당 의원 일부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관건은 메르켈이 총리 권한을 활용해 얼마나 정책을 잘 조율해 가느냐에 달렸다. 따라서 출범 초반부터 메르켈 총리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자주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험난한 앞길
메르켈 총리는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 등 고질적인 ‘독일병’을 치유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독일 경제의 경쟁력 신장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사민당의 입장을 반영해 사회복지 축소폭 등을 최소화해야 하는 ‘정책 줄타기’를 해야 할 입장이다.
우선 독일 경제를 회생시키고 실업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과제는 성장엔진의 재가동이다. 11.6%의 높은 실업률을 낮추고 1%로 예상되는 성장률을 높이는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개혁안은 사민당과 일일이 협의해야 한다. 메르켈도 슈뢰더처럼 사민당의 견제로 제대로 일을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노조와의 대결보다는 협력과 설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 회복과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복지 예산의 대규모 삭감 문제 등과 관련해 독일 국민의 ‘자발적 희생’을 촉구하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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