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 3국이 홈씨어터용 프로젝터 시장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선명하고 역동적인 영상의 디지털광학기술(DLP) 방식으로 기운 반면, 일본 업체들은 자연스런 영상과 색감이 뛰어난 3중 액정화면(3LCD) 방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홈시어터의 보편화에 힘입어 프로젝터 수요도 급성장하자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양 진영의 대립각도 점점 날카로워지는 형국이다.
엡손코리아는 23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대대적인 신제품 출시행사를 갖고, 신형 프로젝터 5종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140만~150만원대의 보급형과 170만원대의 중급형, 230만~240만원대의 고급형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공통적으로 ‘3LCD’ 기술을 채택했다.
3LCD는 3장의 LCD가 빛의 3원색을 각각 담당해 천연색의 영상을 표현하는 기술. 엡손측은 “빨강·초록·파랑의 색돌이판(color disc)을 이용하는 DLP 기술에 비해 움직임과 색감이 훨씬 뚜렷하고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엡손은 이날 제품 못지 않게 3LCD 기술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쟁 상대인 DLP 기술이 바짝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 2002년까지 10%대였던 DLP 프로젝터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8%까지 급증했다. 더구나 지난해 350만대 규모인 가정용 프로젝터 세계 시장은 매년 15% 이상 급성장 중인 황금 시장이다. DLP의 도전에 맞서 본격적인 기술 홍보에 나선 것이다.
DLP는 손톱만한 반도체 칩 위에 배열된 수백만개의 초소형 거울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빛을 반사시켜 영상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미국 텍사스인스투루먼트(TI)사가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인포커스(InFocus)를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벽걸이형 프로젝터도 DLP 기술을 사용했다. 반면 3LCD 기술은 엡손과 소니, 히타치, 파나소닉 등 쟁쟁한 일본 가전업체들이 주축을 이뤄 DLP 진영을 압박하고 있다. 선호 기술에 따라 국제적 진영이 구축된 셈.
업계 관계자는 “DLP는 고화질(HD) 영상의 구현이 쉽고, 명암이 뚜렷하고 역동적인 색감을 보이는 것이 장점이지만 TI사가 판매하는 DLP 칩의 가격이 비싸 3LCD 처럼 여러 장의 칩셋을 써서 화질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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