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밍량(蔡明亮) 감독의 영화 ‘흔들리는 구름’이 ‘도쿄 데카당스’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경순ㆍ이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6월 출범한 3기 영등위로서는 처음 내린 제한상영가 판정이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전국 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할 수 있지만 국내에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한상영관이 없는 터라 사실상 개봉금지와 같은 결정이다.
이번 제한상영가에 대해 영화계는 “여전히 엄격한 영등위의 심의 잣대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켜 준 것”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올 상반기 영등위는 근친상간과 적나라한 성교 묘사 등을 담고 있는 ‘몽상가들’ ‘권태’ 등에 “예술적인 측면에서 납득할 수 있는 신체 노출”이라며 무삭제 개봉이라는 전향적 결정을 내렸다.
완화된 심의 분위기는 제3기 영등위 출범 후에도 이어져, 이전 영등위가 이미 4차례나 반려했던 ‘도쿄 데카당스’에 드디어 18세 관람가 등급을 내렸으며 성기 크로즈업을 담은 ‘루시아’, 딸의 애인과 사랑에 빠진 엄마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룬 ‘마더’ 등에도 잇따라 18세 관람가 등급을 내렸다.
그런 영등위가 ‘흔들리는 구름’에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근거는 “과다한 섹스 장면, 신음소리, 음모 노출, 화장실 자위 등을 여과 없이 묘사했다”는 것이다.
수입사인 유레카 픽처스측은 “예술작품의 원본을 손상하지 않아온 최근 영등위의 흐름에 비춰볼 때 무난히 심의를 통과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당혹스럽다”며 “영등위가 지적한 장면을 모두 자르면 영화가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수입사는 노출 정도가 심한 10분 가량을 드러내 다시 등급분류를 신청할 계획이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선보였던 ‘흔들리는 구름’은 포르노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인의 고독을 표현한 작품으로 제55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받았다. 앞서 20일, 여성이 반으로 잘린 수박을 다리 사이에 끼고 있는 사진의 ‘흔들리는 구름’ 포스터 역시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반려된 바 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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