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잠행 중이다. 2004년 2월, 2005년 5월 사이언스의 논문 발표 후에도 “이제 연구를 하게 내버려달라”고 잠적했었지만 그는 곧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의 잠행은 길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21일 “난자기증에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에도 황 교수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곧 발표한다”던 진상규명 일자는 언제일지 불투명하다. 황 교수팀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도 출장 중이다.
하지만 결국 연구를 총 책임지고 있는 황 교수가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황 교수가 밝혀야 할 진상의 핵심은 황 교수팀 연구원의 난자기증 여부다. 노 이사장이 인정한 ‘보상금 지급’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데다 일각에서는 “보상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연구원의 난자 기증 여부로 귀착된다.
노 이사장은 의사의 윤리를 들어 기증자의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어 결국 황 교수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즉 한양대병원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와 사이언스측이 검토한 난자기증동의서 등 관련 서류를 모두 공개해 연구원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규명과정에 대해 “기증자 신원을 일반 대중에 모두 공개할 필요는 없고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밝히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금 지급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점도 황 교수가 밝혀야 할 대목이다. 노 이사장은 21일 “2004년 2월 논문이 나올 때까지 황 교수는 몰랐다. 이후 언제 황 교수가 알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최근까지 일관되게 “난자 기증자에게 어떠한 대가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밝혀온 만큼 황 교수가 보상금 지급사실을 안 뒤에도 ‘거짓해명’을 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도덕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보상금 지급을 알았고 연구원 난자기증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황 교수가 짊어질 부담은 이만저만큰 것이 아니다. 일부 학자들은 “정말 순수한 열정으로 자기 난자를 기증했을 수 있다”는 동정론도 펴고 있지만 문제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64년 의사들의 지침으로 마련된 ‘헬싱키 선언’이나 1996년 제정된 ‘국제임상시험윤리규정’은 “병원 실험실 등의 하급자에 대해서는 임상시험에 극도의 주의를 요한다”며 사실상 임상참여금지를 명문화했다.
사이언스측은 황 교수 논문을 취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제 기준을 위반한 논문은 저널에 실리지 못하는 게 관례다. 더욱이 줄기세포허브를 통한 국제공동연구도 애로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황 교수 자신이 오해는 풀고 잘못을 인정한다면 오히려 건전한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지침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바이오 연구자는 “이러한 진통을 겪는 것은 우리나라 과학이 국제화 하는 하나의 과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 교수는 21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의 곤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는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난자기증 민간재단 설립에 대해 “이런 분들의 숭고한 뜻이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남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마지막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24, 25일 프랑스에서 열릴 예정인 ‘올해의 인물상’ 시상식과 ‘한국 이미지에 관한 포럼’ 행사에 불참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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