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는 미래 정보사회를 낙관하는 대표적인 정보사회론자이다. 토플러 등은 정보통신기술(IT)의 확산이 기존 산업사회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를 출현시킬 것이라고 예견했다. 산업사회가 표준화 대량화 동시화 권력집중의 원리로 지탱됐다고 한다면 정보사회에서 이는 분권화 탈집중화 개인화의 원리로 대체된다.
즉 정보사회는 산업사회와는 ‘단절 관계’이다.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선언한 다니엘 벨은 이를 ‘후기 산업사회’로 명명하며 인간관계를 통제하는 기술을 그 원리로 제시했다.
■이에 비해 정보사회를 산업사회의 연장선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정보사회는 자본주의 물질경제의 한계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출현한 주력산업의 전환에 불과하다는 관점이다.
정보산업은 쇠퇴하는 2차 산업의 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한 미국의 대외 팽창 정책의 일환이며, 정보사회는 산업자본가들의 경제적 지배를 영속화하기 위한 전략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정보사회를 다분히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파악하는 입장도 있다. 이들은 정보사회의 예측과 관점들이 자본주의 경제가 위기에 처한 시기에 등장했음을 지적한다. 정보사회론이나 후기산업사회론이 나온 때는 1970년 대 초 경제불황 시기로 이는 자본주의 경제순환 과정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대안적 시나리오라고 설명한다.
정보사회는 소모되지 않는 자원, 종이 없는 사회, 물리적 이동이 필요 없는 사회, 공해 없는 사회를 제시하지만 이를 주도하는 것은 산업자본가들의 경제적 동기라는 것이다. 정보사회는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영속화 공고화에 기여한다는 주장이다. (오택섭외 ‘미디어와 정보사회’ 2005)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부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IT강국 한국의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한 것은 장외의 성과였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로봇관에 들러 ‘알버트 휴보’와 악수하며 “진짜 사람처럼 생겼다”고 익살을 떠는 사진이 재미있었고, 정부가 각국 정상들에게 준 공식 선물 중 하나가 삼성전자의 디지털 카메라였다는 소식도 인상적이었다. IT사회는 세계화의 수단이자 결과이다.
그 이면을 여러 갈래로 생각하면 행사 중 기승을 떨쳤던 반APEC시위를 무조건 뭉갤 수도 없다. 복잡다단한 세상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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