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치적 부자지간(父子之間)’으로 불렸으나, ‘안풍’(安風) 사건 재판과정에서 사이가 벌어졌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강삼재 전 한나라당 의원이 23일 만나 앙금을 풀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강 전 의원을 상도동 자택으로 불러 1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이 만남은 2년 5개월만이다.
강 전 의원은 1995년과 97년 두 번이나 여당 사무총장을 지낼 정도로 김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 그러나 강 전 의원이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15대 총선 당시 안기부 돈을 선거자금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두 사람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어 자금출처를 놓고 내내 침묵하던 강 전 의원이 재판정에서 “안풍 자금은 YS가 준 돈”이라고 진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듯 했다.
강 전 의원은 4년이 넘게 계속된 재판과정에서 ‘의리’와 ‘정치생명’사이에서 마음고생을 하다 의원직을 자진 사퇴하기도 했지만, 지난달 28일 무죄를 최종 선고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강 전 의원에게 “고생 많았다. 과거는 잊고 새 출발하라”며 위로했고, 강 전 의원도 “여러모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은 대문 앞까지 나와 “자주 만나자”며 강 전 의원을 배웅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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