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MBC ‘PD수첩’은 프로그램 모두(冒頭)에 “몇 개월 간 취재한 내용의 공개를 놓고 고민했으나 한국 과학계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실의 규명을 위해 밝히기로 했다”고 프로그램 방영결정 과정에 적지않게 고민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네티즌들을 포함한 일반의 여론은 결코 곱지 않다. “외국에서 황 교수와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미묘한 시점에 이 같은 내용을 방송하는 것은 국익에 엄청난 해를 끼치는 ‘자해(自解) 행위’라는 것이다. 논란이 예고됐던 프로그램 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시청률이 4.8%로, 평소의 7.3%에 크게 밑돌았던 것도 상당수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방송 이후에도 각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더욱 가열되고 있는 논쟁의 핵심은 ‘국익’과 ‘진실규명’으로 요약된다.
네티즌 박경수(KVOPARK)씨는 “황 교수는 세계사에 각인될 우리의 보물이자 자산”이라며 “외국언론이 자국민과 자국의 이익 보호를 위해서는 심지어 거짓말도 하는걸 봤는데 이런 경우 국익을 위해 넘어가도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민웅(MIRLIGHT)씨는 “사람들의 관심 집중으로 높은 시청율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며 “황 교수의 입장표명 이후에도 얼마든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다”고 비난했다.
반면 최인순(TINABUL)씨는 “온 나라가 줄기세포 연구 = 난치병 치료라는 신화에 빠져있다”며 “불법과 인권유린을 보면서도 국민여론이라는 힘 앞에서 무기력한 소수가 있다”고 PD수첩을 지지했다. 임채성(ICS125)씨는 “진실은 언제나 종합적으로 국익과 인류의 이익에 기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황 교수 문제가 ‘국익 논쟁’으로 흐르는 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최영재(언론학) 한림대 교수는 “황 교수의 업적을 해석하는 과정에 민족주의, 국가주의가 지나치게 개입했다”며 “언론이 그를 영웅화함으로써 그의 성과를 합리적으로 점검하지 못하게 했다”고 처음부터 언론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도 “과학이나 윤리 문제를 국익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연구 절차에 잘못이 있었다면 이를 공개, 시정하면 되는 것이며 국익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잘못을 덮어두려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방송이 난자제공 의혹을 상세히 다루더라도, 황 교수가 처한 국내외의 여의치 않은 여건과 개척자로서 처음 겪을 수 밖에 없는 시행착오들을 이해하고 함께 개선을 모색해본다는 입장을 깔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어쩌면 그게 더 객관적인 태도일 것”이라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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