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오포 비리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직원의 개인 비리조차 매우 드문 감사원이 로비에 의한 ‘청부성 감사’ 시비에 휘말린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오포 관련 감사 실무를 담당했던 감사관 2명이 검찰에 소환된 23일, 감사원은 하루종일 뒤숭숭했다. 전윤철 감사원장 주재의 실ㆍ국장급 간부회의가 아침 일찍 소집돼 점심 때까지 계속됐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간부들의 표정은 어두움 그 자체였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 직원이 돈을 받았다면 정말 고약한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칫하면 공직기강의 최후 보루라는 감사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오포 일대의 지구단위계획 승인을 불허토록 한 건교부의 지침이 잘못됐다’는 감사결과에 대해선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교부가 이미 1998년과 2000년에 오포읍을 포함한 광주시 일대를 도시지역 개발계획 대상으로 승인해주고서 뒤늦게 무리한 법 적용으로 개발 허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교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모든 법적 대응을 다 하겠다”며 큰소리까지 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개발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사하는 경우가 이례적인데다 석연치 않은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감사 당시 실무조장인 이모 감사관이 오포 아파트 시행사인 정우건설측 브로커 서모씨의 처남인 것으로 밝혀진 데다,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현지 토지 소유주라는 감사원의 설명과 달리 정우건설 김모 부장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감사원은 “김씨한테 속았다”고 군색하게 해명했다.
특히 이번 감사가 전윤철 감사원장의 감사 철학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미묘하다. 전 원장은 취임 초부터 “민원인을 애먹이는 관료들의 소극적인 업무 태도도 감사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번 감사도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진행된 ‘자치단체 민원처리 실태 감사’ 중 하나였다. 전 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오포 감사에 정말 문제가 없느냐”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한다.
문제는 돈이 오갔을 때다. 감사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감사원 직원이 로비를 받고 기업인의 거대한 이권에 조력한 결과가 된다. 이 경우 엄혹한 비판을 피할 수 없으며 전 원장의 감사 방향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감사원 판단을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감사원은 지금 좁은 낭떠러지에 서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