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대의 두 피아니스트. 한 명은 피아노를 치고 한 명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협연자는 베트남 출신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 당 타이 손, 지휘자는 국내 대표적 피아니스트이면서 최근 지휘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김대진이다. 프로그램은 모두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과 2번,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폴로네즈’다.
이 특별한 만남을 위해 전용우 KBS교향악단 악장 등 전문 연주자들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구성됐다. 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볼 수 있다.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폴로네즈’는 피아노 독주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오케스트라 협주곡이다.
당 타이 손의 1980년 쇼팽 콩쿠르 우승은 일대 사건이었다. 이보 포고렐리치가 3차 예선에서 탈락한 데 항의해 심사위원이던 아르헤리치가 사퇴해서 몹시 시끄러웠던 그 대회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 우승을 거머쥐었다. 아르헤리치도 결선을 보고는 그에게 축전을 보냈다.
당시 22세, 베트남의 하노이 음악원에서 배우고 2년 전 모스크바 음악원에 온 이 가난한 유학생은 콩쿠르에 입고 나갈 변변한 옷도 없는 처지였다. 그 전까지 콩쿠르에 나가 본 적도, 오케스트라와 협연해본 적도 없었다. 하노이음악원 교수였던 피아니스트 어머니에게 배웠으니 출발은 제대로 한 셈이다.
그러나 일곱 살 때 베트남전이 본격화하면서 고난이 시작됐다. 피란 간 시골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며 종이건반으로 연습했다. 나중에 하노이에서 온 피아노는 물소가 끄는 수레에 실려 강을 건너는 동안 물에 빠지고 부서져 여러 날 말리고 수리해서 써야 했다. 피아니스트의 꿈은 그렇게 폭격의 굉음과 숱한 죽음의 한복판에서 자랐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로서 세계적 연주자로 자리잡은 지금 그의 꿈은 조국 베트남에 음악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한국에는 1992년, 2000년, 2003년 세 차례 독주회로 다녀갔다. 공연문의 (02)541-6234
오미환기자 mhoh@hk.c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