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공소시효를 연장하거나 배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정세균 의장 등 지도부가 나서 관련 법안의 정기국회 처리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현재 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소시효 관련 법은 두 가지. 이원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 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과 문병호 의원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이 의원의 특례법은 국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인권침해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 의원의 형소법 개정안은 범죄 유형별로 최대 5년씩 단계적으로 시효를 연장하는 내용이다.
공소시효 제도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벌권이 소멸되도록 하는 제도. 범죄 발생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증거확보가 어렵게 되고, 그 동안 피의자가 실제 법적 처벌을 받는 것과 같은 심적 고통을 겪게 된다는 논리에 따라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1954년 형소법 제정 때 살인 15년, 강도 10년, 사기 7년 등의 시효를 정했다. 그러나 수사기법의 현대화에 따라 오래된 증거물이라도 과학적 규명이 가능해진 데다 다른 국가에 비해 공소시효가 짧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살인의 경우 미국은 공소시효가 없고 일본은 25년, 독일은 30년이다. 또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해서는 시효를 별도로 두지 않는 국가가 많다.
우리당은 두 법안의 정기국회 처리에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권력남용 범죄의 공소시효 배제’ 문제를 언급한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시효가 완료된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 시효가 남았거나 미래에 발생할 사건에 대해서만 변경된 공소시효를 적용토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청수사와 관련, “법적 형평성을 위해 YS 정권의 도청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정 의장은 “불법 도청은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자행한 인권침해 범죄이므로 특례법안에 도청문제도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접적인 수사나 처벌은 강제하기 어렵지만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엔 법안 처리과정에서 야당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란 정치적 의도도 들어 있다.
한나라당은 두 법안의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장윤석 의원은 “공소시효 문제를 꺼내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공소시효 관련 법은 정기국회 말미에 여야가 충돌할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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