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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능시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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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능시험의 위기

입력
200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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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4년에 한 번 꼴로 바뀐 대입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는 1970년과 95년 대학에 진학한 수험생들이다. 70학번은 입시를 불과 1년 앞두고 ‘예비고사’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국ㆍ영ㆍ수 위주로 시험준비를 하던 학생들은 부랴부랴 전 과목 수험준비에 매달렸다. “매우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번져 학생들의 피를 말렸다.

결국은 대학들이 자격고사로만 활용해 소동은 가라앉았다. 95학번은 ‘시험의 노예’였다. 14년 만에 부활된 본고사에다 난생 처음 실시된 수능시험은 두 번씩이나 치렀다.

▦대입제도 변화의 틀은 정부와 대학의 주도권 다툼이었다. 그래도 예비고사-학력고사-수학능력시험으로 이어지는 국가주도 시험은 지난 36년 동안 줄곧 유지돼왔다. 시험비중은 다소 달라 예비고사 성적이 대입전형에 30%만 반영된 데 비해 학력고사는 수석합격이 곧 서울대 수석합격과 동의어일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들 국가시험은 대략 12년 주기로 바뀌었다. 예비고사는 69년부터 80년, 학력고사는 81년부터 93년, 수능시험은 94년 시작해 올해로 12년을 맞는다. 10년 이상 되면 제도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능시험은 학력고사가 암기위주 입시교육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과 달리 폭 넓은 이해와 사고력을 측정하는 ‘통합교과형’ 출제방식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몇 년 지나면서부터 ‘물수능’ ‘불수능’으로 비유된 잇단 난이도 시비와 오답 논란으로 휘청거리다 지난해 대규모 휴대폰 부정사건으로 존립위기를 맞았다.

2년 후 수능 9등급제가 실시되면 영향력은 더욱 떨어진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2008년 새 정권이 출범하면 수능의 운명은 바람 앞에 촛불이다.

▦오늘 수능을 앞두고 온 나라가 초비상이다. 경찰이 수능시험 부정전담팀을 구성, 24시간 감시활동을 벌이고 고사장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된다. 휴대전화를 갖고있기만 해도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부정사태 없이 제대로 치러지느냐가 더 큰 관심 사항이 됐다. 더 기이한 건 추운 날씨에 60만 명을 일제히 몰아넣고 1점이라도 더 받으라고 독려하는 현상이 수십 년 반복돼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명시대에 이런 비인간적인 시험이 계속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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