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아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대표적 사건은 안기부 도청사건과 화성 연쇄살인사건,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등이다.
검찰은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가 특수도청조직 미림팀을 만들어 1991~93년, 94~97년 시내 주요 음식점 등에서 정ㆍ관ㆍ재계, 언론계 인사의 대화내용을 도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2002년 3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이전 도청행위의 공소시효는 5년(개정 후에는 7년)이어서 도청에 가담한 안기부 관계자 모두 처벌을 면하게 됐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는 도청행위 때문이 아니라 삼성 관련 도청테이프의 유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경우다.
반면 2000년 이후 감청장비를 이용한 도청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은 구속됐다. 공소시효가 두 정권 도청 책임자들의 희비를 가르면서 형평성 시비가 불거졌다.
형사소송법에는 법정형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 무기징역 범죄는 10년, 10년 이상의 징역형 범죄는 7년 등으로 공소시효가 일률적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86년 9월6일부터 91년 4월3일까지 모두 10명의 부녀자가 희생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9번째 사건 공소시효가 지난 14일 자정 완성됐다. 10번째 사건의 공소시효도 내년 4월2일이면 끝이다. 10번째 범인은 9번째와 유전자(DNA)가 다른 데다 모방 범죄의 요소가 많아 희대의 연쇄 살인극은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1991년 3월 26일 대구에서 5명의 소년이 실종된 일명 ‘개구리소년’ 사건도 내년 3월 26일이면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소년들은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가 11년 6개월이 지난 2002년 9월 와룡산 중턱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으나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유족들은 살인죄의 공소시효 연장과 함께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법조계는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거나 공소시효를 일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 크게 이의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김갑배 전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조직적, 계획적으로 이뤄진 살인 등은 범죄가 드러나기 어려운데 공소시효 15년은 외국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짧다”며 “과학수사 기법의 발달 등 시대 변화에 맞게 공소시효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더라도 소급적용은 안되고 현재 공소시효가 남아 있거나 향후 발생할 사건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도 공소시효 적용에 있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집단살해죄, 인도(人道)에 반한 죄, 전쟁범죄 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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