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민주화된 정부에서까지 시민들의 사적 통화를 광범위하게 엿듣고 있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전직 국가정보원장들의 구속 수감 사태에 뒤이은 전직 차장의 비극적인 선택을 더욱 큰 충격을 추고 있다. 모든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자명한 사실 하나는 이미 이루어졌어야 할 개혁이 지체되었기에 지금에 와서 이러한 혼란과 비극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그동안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가정보원의 불법행위를 감사하고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이 부끄럽고 또한 안타깝다. 국회 정보위언회는 국가정보원에 대한 유일한 감독기관이며, 그 개혁을 제도적으로 완성해야 할 잉법 기관이다. 이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위상에 걸맞제 국가정보원을 제대로 감독하고 개혁하는 이레 사명감을 갖고 매진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지난 8월 25일,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의 예산 집행을 상시 감독할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종합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국가정보원개혁소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두 개의 소위원회는이미 수차례 회의를 열고 공청회를 개최하며 국가정보원에 대한 명실상부한 문민 통제에 착수하였다.
우리의 목표는 국가정보원을 국민의 안녕과 국익을 위해 국가 정보의 획득에 매진하는 진정한 국가정보기관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애가 되는 모든 폐단을 점검하고 철저히 개혁할 것이다.
국가정보원 역시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을 벌여야 한다. 불법 도청의 진상은 애초 국가정보원의 용기 있는 자체 고백으로 밝혀질 수 있었다. 그 후 여러 사실이 확인되면서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좌절하지 말고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 나간다면 국민도 신뢰를 보내줄 것이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국가정보원의 개혁 과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개편논의가 백화제방식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데,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아예 폐지하자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이다.
21세기는 국가의 정보력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보전쟁의 시대이다. 국가 간 자원과 상품시장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에서 국가정보기관의 중요성은 실로 막대하다. "정보기관이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국가에 큰 가치가 있다"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국가정보원은 새로운 국제 환경 속에서 통일에 대비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적기에 수집하여 정책 입안자들과 국민에게 제공하는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
존폐마저 거론되는 혼한의 와중에도 국가정보원의 많은 직원은 최대의 국가적 현안인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 국민과 국가가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름도 영광도 없이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그 분들께 이 기회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 모든 시련이 오히려 더 큰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본연의 임무에 정진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여러분의 노고가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가정보원은 국민의 신뢰 속에 다시 태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다.
신기남 국회 정보위원장·열린우리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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