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부인 측천무후는 남편을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진시황은 죽어서라도 측천무후에 대한 원한을 갚기 위해 무덤에 병마용(兵馬俑) 부대를 만들었다.’
중국사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가 막히는 내용이다. 진시황과 측천무후 사이에는 800년 이상의 시간적 간극이 있다. 현생에서 도저히 부부로 만날 수 없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1990년대 중반까지 중국 시안(西安) 병마용 박물관의 일부 가이드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이런 가짜 역사 강의를 버젓이 진행했다. 심지어 일부 악덕 가이드들 때문에 모조 유물전시관만 돌아보고 귀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중국의 고고학 전문작가 웨난(岳南)은 “역사지식이 없는 지역 부녀자들이 가이드로 행세하면서 TV역사극의 내용들을 뒤섞어 설명하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난데없이 중국사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우리 증시에도 엉터리 가이드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의혹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 미확인 루머가 조직적으로 유포되며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SK증권은 일본계 업체로의 매각설이 나돌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가 테마가 힘을 잃자 이틀 연속 급락했다.
CJ도 법적인 문제가 적지 않은 지주회사 설립 루머가 돌면서 주가가 춤을 추고 있다. 다음 상화마이크로 네오위즈 등도 매각설이나 대주주 지분 매각설 등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해당 회사 관계자들은 루머의 내용을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모든 루머가 사실무근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울 것이고, 선의의 오해에서 나온 루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악의적인 루머 유포의 정황이 엿보일 뿐더러 이로 인해 시세차익을 올리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실적이나 종목별 차별화 장세 전망이 나오고 있어 미확인 루머는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자칫 엉터리 가이드에 휘둘렸다가는 투자대상의 실체를 오인하거나 엉뚱한 투자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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